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 바？ 박물관은 러스틱이 고향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스틱은 50년이 넘도록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쉰들러 리스트',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1932년 유고슬라비아(현 크로아티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러스틱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독일의 베르겐벨젠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는 가족 대부분을 수용소에서 잃었다.
러스틱은 23살이 되던 해에 유고슬라비아 국영 영화 제작사인 '야드란 필름'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는 1971년 노만 주이슨 감독이 연출해 아카데미상을 3회 수상한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로케이션 매니저로, 1980년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인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양철북'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긴 러스틱은, 이후 자신의 '유일한 미국인 친구'라고 부르게 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4년 스필버그가 연출한 '쉰들러 리스트' 제작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공장에 유대인 난민 1000명 이상을 고용해 나치로부터 구해준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러스틱은 "아우슈비츠에서 이 무대에 서기까지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죽은 자들이 저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알려달라는 유산을 남겼습니다"라고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7년 후인 2001년, 리들리 스콧 감독 연출의 '글래디에이터' 제작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한니발', '블랙 호크 다운', '킹덤 오브 헤븐', '아메리칸 갱스터' 등 숱한 할리우드 명화 제작에 참여하며 그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러스틱은 2009년 미국에서 고국 크로아티아로 돌아와 유대인 영화 축제인 '관용의 축제'(Festival of Tolerance)를 공동 창립, 회장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인 야드 바？에 자신이 '쉰들러 리스트'로 받은 아카데미상을 영구 기증했다.
그는 올해 민주주의의 가치와 영화 예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이날 "나치 수용소에서 삶과 죽음을 알게 된 한 소년의 경험을 러스틱은 지고한 창조력을 통해 표현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야드 바？ 측도 "브랑코 러스틱의 삶은 홀로코스트라는 참혹한 역사와 맞물려 있다"라며 "그는 홀로코스트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고 조의를 표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