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증권을 발행한 가운데 내년에는 발행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수입은 줄어드는 데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으로 지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자 국채 순증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누적 재정증권 발행액수가 50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배경엔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기조와 세수 부진에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6조원, 3월 10조원, 4월 7조원, 5월 6조원, 6월 10조원, 7월 3조원, 8월 4조원, 9월 3조원 등 2∼9월에 매달 재정증권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했다. 2∼6월에는 주로 재정 조기 집행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지만, 7∼9월 발행액 전액은 기존에 발행한 재정증권 상환에 사용했다. 즉 7~9월엔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를 해 온 것이다.
빚은 불어나는 데 정작 수입은 '세수 펑크'까지 우려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으로 세입예산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입예산의 1% 내에서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엔 더 심각하다. 정부는 내년 세입을 올해보다 0.9% 줄어들 것으로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서 전망했다. 본예산 기준 국세 세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올해처럼 역대급 재정증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채 외에는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전체 국고채 발행액이 100조원에 못 미쳤지만 내년엔 최소 30% 이상 불어난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국채발행 증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발표한 지난 8월 말 이후 지난 15일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7%에서 1.51%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23%에서 1.60%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28%에서 1.79%로 급등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이미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고, 국채를 포함해 채권에 대한 구축 효과 비슷한 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축 효과는 국채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중금리가 올라 기업 등 민간의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문홍철 애널리스트는 내년 채권시장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장기투자기관의 수요감소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정부의 국고채 발행이 올해보다 30% 늘어나고 공사를 통한 자금 조달과 집행도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적 국채 발행 증가는 초장기물 중심이므로 해당 영역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적자국채 발행 증가는 2005년의 전년 대비 3.6배, 2009년의 4.7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위기 상황이 아닌 현시점에서는 적지 않은 증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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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수입은 줄어드는 데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으로 지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자 국채 순증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누적 재정증권 발행액수가 50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배경엔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기조와 세수 부진에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6조원, 3월 10조원, 4월 7조원, 5월 6조원, 6월 10조원, 7월 3조원, 8월 4조원, 9월 3조원 등 2∼9월에 매달 재정증권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했다. 2∼6월에는 주로 재정 조기 집행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지만, 7∼9월 발행액 전액은 기존에 발행한 재정증권 상환에 사용했다. 즉 7~9월엔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를 해 온 것이다.
빚은 불어나는 데 정작 수입은 '세수 펑크'까지 우려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으로 세입예산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입예산의 1% 내에서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엔 더 심각하다. 정부는 내년 세입을 올해보다 0.9% 줄어들 것으로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서 전망했다. 본예산 기준 국세 세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올해처럼 역대급 재정증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채 외에는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전체 국고채 발행액이 100조원에 못 미쳤지만 내년엔 최소 30% 이상 불어난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국채발행 증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발표한 지난 8월 말 이후 지난 15일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7%에서 1.51%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23%에서 1.60%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28%에서 1.79%로 급등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이미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고, 국채를 포함해 채권에 대한 구축 효과 비슷한 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축 효과는 국채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중금리가 올라 기업 등 민간의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문홍철 애널리스트는 내년 채권시장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장기투자기관의 수요감소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정부의 국고채 발행이 올해보다 30% 늘어나고 공사를 통한 자금 조달과 집행도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적 국채 발행 증가는 초장기물 중심이므로 해당 영역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적자국채 발행 증가는 2005년의 전년 대비 3.6배, 2009년의 4.7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위기 상황이 아닌 현시점에서는 적지 않은 증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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