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무리한 증액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국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 군사동맹은 더 강화하고 더 효율적으로 발전해야 마땅하다. 적정한 방위비 분담은 동맹 사이에 근본적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서 "한미동맹이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기본 틀은 서로의 이해와 양보 속에 양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증된 효과와 합리성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 측이 요구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미국 측은 올해의 5배에 달하는 47억달러(한화 5조4850억원 상당)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미국 측의 50억달러 인상요구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당연히 동맹의 가치는 거래적 가치보다 무한하나 일방적인, 공격적인 대대적 증액 요구는 합리적이지도, 호혜적이지도, 주권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상호주권국가 입장에서 동맹가치를 존중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70년간 한미동맹을 함께해온 저력으로 지혜롭게 해결하도록 인도하겠다"며 "그럼에도 미 정부가 끝내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민주당은 부득이 주권국으로서 비준권을 가진 국회 동의는 물론 한국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고, 동맹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경상비 성격의 방위비 분담 외에 기존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특히 한국 외 주둔 등 무리한 경비 부담요구는 국회에서 비토권(거부권)을 강력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며 최악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앞서 박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한미 양국의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11차 방위비분담금의 공정한 합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 거부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오는 20일 예정된 여야 3당 원내대표단의 방미 일정 성과에 더욱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함께 20~24일동안 미국을 방문해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공화당 소속인 포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을 만나 한미 방위금 분담금 협상 등에 대해 우리나라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