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의존도 높은 日 한계
무역보복에 경제 부작용 분석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일본 정부가 포토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3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대한(對韓) 수출 물량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한 아베 정권의 무역보복 조치가 오히려 한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 반도체 소재산업의 실체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은 아직까지 수입허가를 내주지 않은 에칭가스(불화수소)에 대한 허가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일본이 언제든 다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3개월 동안 한국의 대일(對日)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포토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3종 수입 금액은 9963만5000달러(약 1163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의 경우 같은 기간 수입 규모가 각각 59.2%, 23.2% 급증했다.
에칭가스의 경우 8월과 9월 각각 수입량이 '0'을 기록하는 등 수입규제의 영향을 받는 듯 했으나, 일본 정부가 최근 수출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에칭가스 수출 허가를 무작정 미룰 경우 부당한 '수출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한국 측의 제소에 따라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하거나 대체 소재를 찾을 경우 일본 업체들의 수출 판로가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월 말까지 연간 누적으로 봐도 에칭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소재의 한국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소재 부족에 대비해 사전 주문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일 반도체 수출규모는 올들어 18.5% 줄었다. 이는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은 8월 이후 한국산 반도체 수입량을 늘리는 분위기다. 이는 도시바메모리 정전에 따른 대체 물량을 한국에서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법 개정으로 대 한국 소재 수출을 줄일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일본 수입처와의 지속적인 교류와 제3국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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