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한정, 재정 건전성 경고음
기존 복지혜택 축소 등 악영향"
밑 빠진 재정
직장인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과 내년 국고보조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집계되는 등 정부 곳간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일관되고 단호하다. "재정 건전성 차원에선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신용도 하락, 산업경쟁력 약화, 기존 복지혜택 후퇴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위험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수는 49조원, 내년 적자 국채도 26조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 관료들의 인식은 안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의 채무 비중은 양호한 수준"(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적자국채 발행 총량은 국채시장 전체 규모를 감안할 때 과도하지 않다"(14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같은 발언들이 정부 인식을 드러낸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써야 할 복지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기준 국고보조금 규모는 86조135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금은 총 51조2952억원으로 전체 액수의 절반 이상인 59.6%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를 덜 수 있는 지출은 괜찮지만, 현금성 지출이 사용되는 사업액을 부채로 조달할 경우 향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부채 증가) 관리 없이는 재정 건전성도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고보조금 의무지출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무지출이 지난 6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세입 증가분을 훨씬 초월한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의 연구개발(R&D)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확장재정이 끝내 효과를 못 거두면 장기적으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 국민연금 등 있던 복지도 거둬들이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이 나빠지면 국가신용도가 덩달아 떨어질 텐데,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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