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정경부장
![[박선호 칼럼] 강제北送 진상 철저히 밝히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802102269058001[1].jpg?var=2142 "[박선호 칼럼] 강제北送 진상 철저히 밝히라")
드라마도 이런 극적인 드라마가 없다. 10월말 검푸른 동해의 밤바다, 북한의 17톤 목선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20대 어부 3명이 잠을 자던 동료 15명을 몰살시켰다. 이들은 앞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선장을 살해했고 범행은폐를 위해 나머지 동료를 모두 죽인 것이다. 바다를 떠돌던 목선은 지난 2일 우리 해군에 나포된다. 이들은 귀순의사를 밝혔지만 정작 우리 군은 북에 둘을 송환하고 만다. 정부는 그 것을 추방이라 했다. 판문점에서 북한군에 넘겨지는 순간까지 둘은 안대로 눈을 가려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고 한다. 꼭 영화의 한 장면이다. 안대를 푸는 순간 그렇게 도망치려했던 북한군에 둘러싸인 자신들을 발견한다. 발버둥 치며 소리치지만 그 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없다. 정말 최악의 반전이다.
극적인 북송은 끝났지만 우리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북송 후 통일부가 "16명의 동료를 살해한 잔혹한 범죄자여서 북으로 추방했다"고 밝히자, "법적 근거 없는 강제북송으로 인권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사실 우리 정부의 조치는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 원칙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남과 북은 서로가 적대시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는 북에 무단으로 갔다 오는 사람을 법으로 처벌하고 있고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일반적인 경우라도 우리가 접촉했던 북 주민을 북에 넘겨주면 그 주민은 죄인이 된다. 하물며 이번의 경우는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5일에서 국회에서 정부는 "사체를 모두 유기하고 어선에 페인트칠까지 했다"며 "우리 해군에 제압당하는 순간 '웃으며 죽자'고 했다"고 밝혔다. '흉악범' 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이들이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고, 더욱 이들을 그냥 북에 넘겨져야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 우리 정부의 조치는 그 절차에 적지 않은 하자가 있어 보인다. 관련 법 검토도 부족하고, 국내외 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북송에 앞서 우리 정부는 그 북한 어선의 살인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조사했어야 했다. 선장의 가혹행위는 무엇이었는지, 다른 동료들은 선장 살인사건 이후 왜 이들을 방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어야 한다.
그래야 정말 얼마나 흉악했는지 결정할 수 있다. 왜 그리 북송을 서둘렀는지도 의문이다. 2일 나포해 7일 북송까지 이동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빼면 40시간 남짓 조사를 벌여 바로 북송, 추방을 결정한 셈이다. 이에 이번 정부의 조치는 반드시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돼야 한다. 현재 정부가 받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좋고, 향후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도 좋다. 문제가 발견된다면 고치면 될 일이고, 문제가 없다면 이후 의혹이 의혹을 낳는 비생산적 논쟁을 피할 수 있다.
이 사건을 그냥 둔다면 나라 안팎에서 우리 정부의 안보의식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국익에 큰 해가 될 수 있다. 크게는 국제사회에 오해를 부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11년 만에 빠지는 등 북한 인권문제 지적조차 회피하는 우리 정부 태도와 맞물려 이번 조치는 미국을 비롯한 우리 우방 각국에 불만을 갖도록 한다. 이는 국제사회 북핵 대응 공조 체제에 틈을 부르고, 심지어 한·미·일 삼국의 안보 협력에도 금을 가게 할 소지가 있다. 작게는 북한 당국에게도 나쁜 영향을 줘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에 있어 오판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당장 북한의 금강산 휴양시설에 대한 황당한 막말은 이런 오판의 시작인지 모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 주민들이 받을 영향이다. 탈북을 꿈꾸는 북 주민은 이제 앞으로 우리 군을 보면 정말 도망칠지 모른다. 이번 조치로 볼 때 우리 군에 잡혀 북에 넘겨지느니, 북한군에 잡히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중국 손자는 여러 간첩 가운데 '내간'(內間)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았다. 내간은 적국을 이롭게 하는 우리 관료를 말한다. 굳이 적과 내통하지 않고도 정치적 소신 탓에 내간이 되는 사례가 역사에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내간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만약 이 내간이 정말 적과 내통했고, 고위직이라면 그 역할은 치명적이다.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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