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국정 답답함 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902109969660001[1].jpg?var=4712 "[사설]文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국정 답답함 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질문 패널 구성이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인 점, 시간적 제한,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친 진행 등으로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값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대화 내용이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정책 막후에서 대통령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듣고 싶었던 국민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중장기적 정책, 삐걱거리는 한미동맹 문제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협상의 방향, 추락하는 경제, 교육문제, 저출산·고령화·탈원전, 분열된 국민의 통합 문제 등은 다루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관련 "제가 그 분을 장관으로 임명한 취지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시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인사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매우 곤혹스럽다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사과 수위가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검찰 개혁의 중요성이랄까 절실한 점이 다시 부각된 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며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가 1998년 이미 (공수처 설치를) 제기했고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가 함께 공약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 탄압용이라고 하는데 고위공직자는 거의 대부분 정부·여당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설명은 공수처 조직과 운영이 대통령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고 말하면서도 대통령 영향력 밑에 공수처를 두는 현행 법안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코 앞에 닥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정부 입장은 여러 번 밝혀 다시 밝힐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종료를 기정사실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한국은 일본의 안보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우산, 우리의 방파제 역할로 방위비를 적게 들이면서도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전 준비된 듯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다른 한편으론, 일본의 군국화를 경계하는 시각과는 배치되는 말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보람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분야"라며 "2017년 한반도는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가 빠져 있지만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하고 특히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동맹인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2017년 북한의 도발은 주로 '언어적 도발'이었고 올해처럼 열 한 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위협은 많지 않았다. 미사일 도발로 치면 북의 위협은 더 높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볼 근거는 빈약하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소개하며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고 했다. 또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전·월세 역시 안정화되고 있지 않냐"고도 했다. 서울 전 지역을 포함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광역시 집값이 뛰고 이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는지 심히 의구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집값을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은 신규주택 공급 부족임을 이 정부 사람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임기 절반 동안 열심히 했지만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일자리·경제·국민통합분야가 아쉬운 분야"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임기 절반 동안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사상 네 번째로 낮은 2% 이하 경제성장률이 현실화되고 있고, 제조업 일자리가 19개월 째 줄어들며 우리 경제 허리인 30·40대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있는데 대해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2년 반의 정책이 되풀이 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진다는 것을 경제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지적하는데도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들에게 국정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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