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연말이면 '안전판' 확보에 나선 투자자들의 자금을 쓸어담던 퇴직연금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대체제로 등장한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연말 자금 블랙홀이 되면서다.
21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 달새 국내 설정된 74개 TDF로는 최근 한달새 2126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올들어서만 총 1조245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퇴직연금 펀드 열기가 주춤하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설정된 269개 퇴직연금 펀드에서는 819억원이 순유출했다. 연초 이후로 보면 125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1700억원이 몰렸고 절세대상 확대 첫해인 2017년 같은 기간에는 26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퇴직연금 펀드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대표적 노후 대비 증권사 금융상품이다. 연간 납입금액 중 최대 400만원까지 13.2%(52만8000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또는 4000만원 이하 종합소득자에게는 16.5%로 적용돼 66만원의 환급 혜택은 덤으로 받는다.
특히 13월의 월급 통장을 두둑이 하려는 투자자들이라면 소득세 과세 기간 종료일인 연말까지 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말이면 관련 상품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투자 안전판으로 불리는 이들 주요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설정 1년이 지난 260개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4.78%로 같은 기간 2.37%, 1.98%를 기록한 액티브주식형펀드나 국내채권형펀드 평균 성과와 비교해도 우월하다.
개별펀드 성과도 좋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가 모두 연초 이후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퇴직플랜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펀드'(설정액 78억원)는 19일 기준 연초 후 30.05%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퇴직연금펀드'(설정액 442억원)는 25.65%를 기록 중이며,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퇴직연금펀드'(설정액 121억원)가 22.25%,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퇴직연금글로벌펀드'(설정액 513억원)는 21.65% 수익이 났다. 올 들어 국내 증시 불안으로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하는 섹터주식형펀드 4000여개가 평균 4% 넘는 손실을 면치 못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펀드 방어력에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그러던 퇴직연금 펀드는 이제 신상에 밀린 옛 상품이 돼버렸다. 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TDF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을 펼치기 시작한 점도 그 배경이 됐다.
각사가 저마다 TDF 수익률 개선에 주력하며 성과에 격차를 보인 점은 퇴직연금 펀드 자금 이탈의 주요인이 됐다. 실제 국내 설정된 74개 TDF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0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절세상품 갈아타기 현상이 뚜렷해진 점에 주목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상품에 기능적 분화가 생긴 것으로 '절세상품 갈아타기'의 결과"라며 "퇴직연금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선 만큼 TDF로의 자금 대이동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