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안보가 정치논리 희생양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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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칼럼] 안보가 정치논리 희생양 돼선 안 된다

   
입력 2019-11-21 18:30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소미아 파기한다면 대안은 있는가 前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한국정부가 종료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23일 0시에 공식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는 미국의 막바지 중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일본 측은 수출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 측도 일본의 양보 없이는 지소미아를 연장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지소미아의 종결은 한일 양국관계에 영향을 주는데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 핵무기 대처에 있어서 한·미·일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소미아 만료와 한일의 갈등으로 북한과 중국이 이익을 볼 것이며 전시에 한미일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일 3국은 북한과 중국의 안보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상호 긴밀한 군사정보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 올리는 미사일과 잠수함 기지 및 동향 그리고 핵실험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분석결과가 절실하며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북한 고위급 탈북자와 접경지역을 통한 인적 정보와 영상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일 지소미아를 미국의 압력에 의해 2016년 체결한 후 올해 8월 초까지 총 29건의 정보교류가 있었는데 정보교환은 상호주의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다지 큰 역할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미국은 세계전략에 있어서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지역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봉쇄하는 세계전략을 구상해 왔는데 한일 간의 갈등 심화로 한미일 협력체제에 이상이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게는 지소미아가 한미일 삼각 공조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매우 상징적 협정인 것이다.


지소미아 사태는 일본의 우경화로 인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부당하게 제외함으로써 촉발된 것이지만 한국정부의 과도한 대응조치로 확대된 점도 없지 않다. 안보상 신뢰 문제를 들어 수출규제를 하는 일본과는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입장이다.

한국정부의 논리는 분명하고 국민적 여론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제제재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하여 대응한 것은 다소 성급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미국이 개입하여 한일 갈등을 중재해 주기를 바랐던 한국정부로서는 미국정부를 자극하기 위한 방편으로 강경 대응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일갈등이 악화일로에 있는 동안 미국은 불개입 입장을 견지하고 어떤 경우는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미국의 불찰이다.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택한 것은 한미동맹에 있어서도 일말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는 특별한 관계에 있는 듯한 언행을 해왔으며 특히 방위비 분담에 대해서 터무니없는 압박을 한국에 가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가치보다는 비용을 훨씬 더 강조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손상시키고 있다. 아무리 안보 이익을 제공한다고 해도 1년 만에 5배의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통용되기 힘든 일방적 행위다. 하물며 동맹국에 그러는 것은 동맹을 훼손하는 일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결국 한일 및 한미관계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서 한국정부로서는 일본 정부의 변화 조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는 과연 국가 대전략을 가지고 있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문제를 감정적인 정치 논리로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처사다. 국가안보는 냉철한 사고와 전략을 기반으로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하여 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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