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수요·공급 원칙` 무시한 주택정책은 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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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칼럼] `수요·공급 원칙` 무시한 주택정책은 必敗

   
입력 2019-11-25 18:34

최종찬 前건설교통부장관·㈔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최종찬 前건설교통부장관·㈔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대부분의 지방도시는 가격이 떨어진데 반해 서울 강남 등 주거요건이 좋은 지역은 정부의 지속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규제, 재개발 재건축규제, 주택대출 규제, 신도시 건설 등 각종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가격이 안정되려면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보면 아파트 분양가 규제와 재개발 재건축규제 등 공급 억제책을 핵심적인 가격 안정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 논리는 인기 지역의 경우 규제를 안 하면 분양가가 올라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을 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인근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아파트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 된다. 예컨대 신규 아파트 가격이 낮더라도 공급이 수요에 비해 적으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규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 가격과 같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공급을 축소시켜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상승 시킨다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의 부작용은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본격 도입된 80년대 초부터 아파트는 인기가 높아 가격은 상승 추세였다. 그 당시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는 분양가를 규제했다. 1980년에서 90년까지 10년 동안 높은 경제성장률로 1인당 GDP는 1980년 1703달러에서 1990년 6514달러로 3.8배 늘어 났다. 반면에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1980년 60.2%에서 1990년 61.9%로 그대로였다. 소득증대로 아파트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공급이 늘어나지 못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가 원인이었다. 신규 아파트 당첨자는 거액의 매매 차익을 챙겼다. 부동산 투기 붐이 시작됐다.

그 결과 노태우 정권 말기 주택난이 폭발했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매매가격, 전세, 월세 모두 무차별적으로 올랐다. 주택난으로 자살자가 나오는 등 그 당시 주택문제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다. 주택은 다른 물건과 달리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외국에서 수입도 안 되고 아파트는 건설하는데 몇 년 걸린다. 정부는 불가피하게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5개 신도시를 동시에 건설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웠다. 그 후 농지와 산지 규제완화, 분양가 규제완화 등 200만호 건설로 1990년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됐다. 경직적인 가격규제가 없었으면 주택공급이 늘어나 1980년대 말과 같은 주택난은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재개발 재건축 규제도 과거 분양가 규제와 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 재개발을 규제하는 논리는 재개발의 경우 용적률 확대 등으로 재개발 대상 주택가격이 상승해 투기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압구정동과 같이 교통, 교육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지역의 노후주택 재개발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다. 용적률 확대는 주택공급 확대와 재개발 촉진면에서 필요하다. 용적률이 확대되면 토지의 효용가치가 높아져 해당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주인 입장에서 인센티브가 없으면 재개발이 안 될 것이다. 과도한 이익은 개발 부담금으로 일부 환수하면 된다.

재개발 대상 주택이 투기대상이 된다고 영원히 재개발을 허용 안할 것인가. 현재 인기 있는 재개발 대상 지역은 주거요건이 좋아 수요가 많은 지역인데 왜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을 제한하는가. 수요가 큰 도심의 재개발은 제한하면서 교통여건 등이 불비하고 수요도 없는 외곽에 신도시는 왜 건설하는가. 신규로 신도시를 건설하기보다는 기존의 신도시에 GTX 등을 조기에 건설해 교통여건을 개선하면 수요분산과 공급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도심지역의 재개발이 이뤄지면 많은 외곽 신도시 주민들이 재개발 지역으로 들어 올 것이다. 그럴 경우 향후 인구 감소시대에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될 것이다. 오늘날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사례다.

결론적으로 주택가격도 '수요 공급의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후 신축 아파트 가격은 공급부족을 우려해 오히려 오르고 있다. 아파트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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