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3.5차 산업혁명`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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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3.5차 산업혁명` 전략이 필요하다

   
입력 2019-11-26 18:25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현재 4차 산업혁명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장인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는 2016년 독일,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2020년 4월에 문을 닫기로 했다고 한다. 소비자들과 가까운 독일과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리드 타임 단축, 개인 맞춤형 신발을 원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과 지능화의 실현을 통해서 개인 맞춤 (Mass Customization) 능력을 실현해 인간에게 각각 다른 맞춤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한다. 3차 산업혁명에서 나오는 수많은 자동화 공장들은 대량 생산을 위한 것이므로 명확한 다름이 있지만, 요구되는 기술들은 비슷하다. 4차에서는 현장(Physical System)의 모든 요소들(인간, 로봇, 3D 프린터를 포함하는 장비 등)이 연결되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데이터는 가상공간(Cyber System)으로 전달된 후 지능을 통해서 개인 맞춤 생산 또는 서비스 계획을 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현장에서의 작업이 수행된다. 그래서 CPS(Cyber-Physical System)로 불리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맞춤이 보편화된 사회구현을 목표로 하는데, 그 동기는 자아실현과 개인존중이라는 궁극적인 인간 욕구의 실현이다. 그리고 개인맞춤이 필요한 새로운 헬스케어와 의료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반영한다. 기존의 제조업에서도 개인맞춤이라는 신시장을 먼저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아디다스 공장을 4차 산업혁명을 엿볼 수 있는 공장으로 인용하는 이유는 개인맞춤 신발 생산을 위한 CPS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테스트베드로 수없이 많이 인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을 닫게 되는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로 인용될 것 같다. 그 한계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추진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인간 능력의 과소평가와 로봇을 포함하는 기술 능력의 과대평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단순 조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관리,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다양한 문제들의 발견과 해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반면, 로봇과 3D 프린터는 정해지는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로봇 입장에서 인간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작업을 쉽게 수행하는 완전한 로봇에 해당하는데, 현재의 로봇기술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신발 생산 작업은 인간이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로봇에게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3D Printer와 로봇에 최적화된 새로운 신발과 제조공정 개발이 먼저 이루어져야 자동화, 로봇화, 지능화를 포함하는 완전한 4차 산업혁명 공장이 달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4차 산업혁명을 가장 중요한 국가적 목표로 두고 과학기술 투자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그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보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물어보면 답을 할 수 없다. 수많은 스마트 공장들은 4차라기 보다는 발전하고 있는 3차 산업혁명 공장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미래세대를 위해서 맞춤형 교육과 협력이 강조돼야 하는데, 동일한 교육과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경쟁이 더 강조되고 있어서, 4차의 동력이면서 목표가 되는 개인맞춤, 개인존중, 다양성 존중 문화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아디다스의 경험을 통해 보면 4차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빨리 오진 않을 것을 알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는 참 다행스럽다. 현장의 경험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예측해 보면, 4차는 앞으로 20년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기술이 계속 개발될 것이고 선진국에서부터 먼저 4차에 진입할 것이므로, 현재는 3차와 4차의 중간에 해당하는 3.5차를 설정하고 앞으로 20년을 투자하는 것이 현재에 맞는 전략이다.

전체 공장 또는 공간(Large 또는 Full Scale)을 다 연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 가능한 부분(Mid-Scale)들을 찾아서 자동화, 로봇화, 지능화를 빨리 실현해 나가면서 4차를 준비하는 것이 3.5차이다. 선택과 집중이 되는 미드 사이즈 3.5차가 우리나라의 전략이 된다면 중국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열정이 남아 있다면 추락하기 전에 '4차로 포장하는' 거짓에서 벗어나 현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검토하고 기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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