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보수 제압 수단… 나라를 완전 다른 나라로 바꾸겠단 底意" [노재봉 前국무총리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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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보수 제압 수단… 나라를 완전 다른 나라로 바꾸겠단 底意" [노재봉 前국무총리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11-28 18:38
노재봉 前국무총리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노재봉 前국무총리

"공수처법은 특정세력이 자기들끼리 권력을 잡고 반대파를 숙청하겠다는 거거든,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현실적으로 3년이면 실제 통치는 끝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어진 시간인데, 그 때까지 소위 '혁명'을 완수하겠다며 서두르는 겁니다. 공수처법을 통해 꼼짝 못하게 만들어 놓고 엎어버린다는 겁니다. 엎어버린다는 건 무어냐, 보수세력을 제압해 이 나라를 완전히 다른 나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거지."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70년간 유지돼온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뿌리째 뽑으려 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한민국 적화 목표를 버리지 않은 북한 노동당 세력에 유화를 넘어 '동조적' 정책을 보이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했다. 지소미아 파기선언으로 정상적 외교와 한미동맹을 헝클어 놓거나 파괴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노 전 총리는 "행정부와 국회간, 또 국가기관간 분권과 견제 기능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여당 의도대로 통과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노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국민에게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국민은 정권에 물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남 공산화에 희열을 느꼈다고 했는데, 월남처럼 한국도 민족해방전선(NLF) 관점에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노 전 총리는 "전통 신분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한국에서 평등 개념이 강조돼왔고 모두가 새로운 지위 확보를 위해 다투다보니 정권이 어떤 적을 만들어내면 분노가 증폭하고 열광한다"며 "독일 히틀러 시대가 그랬는데, 광우병 사태, 세월호 선동, '촛불혁명' , 반일 감정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했다.

노 전 총리는 '현 정부의 반자유민주, 반시장경제, 반헌법적 행보를 좌시할 수 없어' 자유우파 원로와 시민들이 결성한 '대한민국 수호 비상국민회의' 고문을 맡았다. 80을 훌쩍 넘긴 고령이지만 그의 학문적 깊이와 정치적 관록, 행동주의자 뺨치는 적극성으로 인해 인터뷰 내내 목소리와 눈초리가 한 '타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70년 자유민주 헌정의 정통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웅변이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노 전 총리의 연구실에서 가졌다.

-우려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다행히 피했습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문제가 남아있는데, 그것도 좀 들여다봐야 합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보류하겠다고 우리가 밝혔으니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지. 그런데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의심을 갖고 있다고 하잖아요. 징용공 문제도 변수고요.국제법적으로 얘기를 한다면 조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동맹간에도 이해상충 문제가 있어요. 그동안 일본과 협조도 많이 했고, 우리도 옛 일이기 때문에 해결된 것으로 아는데, 그것을 뒤집는 통에 문제가 커진 겁니다. 지금의 일본은 과거의 일본이 아니란 말이지요. 지금 총독부가 있나요? 한국사람들은 지금 과거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문제는 한국이 외교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거지요. 역사적으로 돌아봐도 너무 과도하게 나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못 사는 나라도 아니고 국가로서 위신도 있고 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하마터면 씻을 수 없는 금이 갈 뻔했던 한미동맹도 한숨 돌리게 됐는데요.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협력의 틀을 어떻게 잡고 가느냐와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미국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 북한 중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한 거 아니에요?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적의 현실적 이익에 동조하는 것이란 말이 아닙니까? 미국으로서는 대한민국이 그런 식으로 간다 하면 여간 문제가 아니잖아요. 2014년 TISA(한·미·일 정보공유약정)를 체결했잖아요, 미국이 정보를 받아서 한일에 제공하는 것인데, 현대전의 양상이 그럴 시간적 여유가 안 되거든, 그래서 지소미아가 필요한 겁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3불정책'입니다."

-3불정책이 지소미아 파기 시도와 관련이 있나요.

"3불정책이라는 것은 사실상 한국방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체하는 것이 됩니다. 지소미아가 존치됐기 때문에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제대로 사용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3불정책에 의해서 둘 다 안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또 전략물자 수출관리 문제인데, 일본이 한국의 의심스러운 156건의 전략물자 수출 의심사례를 내놨었거든, 국내에는 잘 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가 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대한 156건에 대한 문제도 상정된 것이거든. 전략물자의 수출관리에 대해 한국은 화이트리스트로 우대를 했는데, 하다 보니까 156건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전략물자의 수출관리는 WTO 규정에도 국가간의 통제가 아니라 개별국가에서 통제하는 것으로 중점이 두어져 있어요. 만약 한국정부가 일본을 거는 경우에 또 난처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시도는 단순히 그 하나의 사건으로 볼 게 아니라 3불정책과 연관이 돼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외교부 조직도 일본국 조직을 축소하고 중국 조직을 확대하면서 중국 쪽에 무게를 더 두고 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일본이 한국을 이전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지."

-일본과 멀어지고 중국과 가까이 가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노선로 보시나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안보의 일익을 담당해왔다고 했는데,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도 일본이 쭉 해왔거든. 정부의 기구까지 그런 식으로 일본을 배척하고 중국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전술적인 문제는 이번에 지소미아를 실질적으로 연장함으로써 봉합됐다고 보는데, 전략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갈 건지 예측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북은 북대로 고약한 소리를 하면서, 왜 빨리 미국과 손을 안 끊느냐는 것이거든. 또 중국은 중국대로 압박. 미국도 마찬가지. 일본은 일본대로 압박하고, 사면초가거든.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지금 큰 스킴(책략)인데, 그 중 가장 예민한 지역이 한반도거든. 동북아시아가 미국의 핵심 이해지역입니다. 한국도 세계 10위권 경제국이고 일본도 세계 3위 경제대국인데,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가장 예민한 지역에서 구멍이 생기려고 하니까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거기서 한국의 위치는 어떻게 점해야 하는 건가요.

"큰 전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요. 문 정부가 큰 외교적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문제인데, 북한과는 계속 평화를 주장하는데, 미국은 우리 허락 없이 안 된다는 거 아니에요? 전작권 회수 등 계속 미국과 논의할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국민의 뜻에 반해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건가요.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헌법적인 권한을 이용해서 체제를 바꾼다고 나오고 있잖아요. 탄핵이 폭력으로 한 것도 아니고 법적 수단을 통해서 했거든. 그런데 탄핵이 지금 다 알려졌다시피 엉터리 탄핵이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내가 '이거는 박근혜 탄핵이 아니고 체제 탄핵이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때 언론이 옛날 같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 때 '체제탄핵이다, 큰일 났다' 하면서 경고를 했던 거예요. 저 사람들이 법적인 것으로 해서 체제를 바꾼다는 것을 혁명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게 맞는 말입니다. 혁명이 맞는 말이에요. 그냥 형용사가 아니야, 그게. 체제를 바꾸어서 금년 말까지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외교고 경제고 다 바꾸려고 하는 거잖아요. 비판하는 쪽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대한민국 헌정의 경험과 근거에 바탕 해서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는 개의치도 않다는 겁니다. 잡음이 좀 일어난다는 정도입니다. 체제가 바뀌면 안보, 외교 관계를 다 바꿔야 되거든요."

-어떤 스케줄에 따라 체제를 바꾸어간다면 조국 사태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건가요.

"조국 문제도, 지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계획적인 진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 봐요. 뭐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12월 3일인가 국회 부의한다고 하는데, 그것과 지금 시간을 맞추고 있다고 봐요. 그게 통과돼버리면, 조국 문제는 증발해버리고 말아요. 그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당당한 거지. 또 그걸 만들려고 했던 거고. 12월 초 되면 큰 격랑이 일어날 상황이거든. 자식들 입학에 서류조작했다는 것은 조국만 한 것은 아니다 그거거든. 그 외에 조국이 관련된 사건들, 조국의 정권에서 위치, 대통령이 옹호하고 나섰던 것 등을 보면 정치적으로 작게 볼 문제가 아니지. 검찰은 검찰대로 룰이 있으니까 서류조작, 위증 등을 보고 있는데, 그 뒤에 무언가 큰 배후가 있거든. 조국이 지금 수사 받는 진행상황하고 공수처법 추진상황 하고 또 조국 사태 뒤에 무언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림이 나오거든."

-선거법까지 국회 통과된다면 양수겸장인가요.

"지금 계획은 그런 식으로 가는 거 아닙니까? 그 전에 원래 의회라는 것은 서양에서 귀족주의시대에는 팔러먼트(parliament)라는 것은 왕의 주머니를 컨트롤 하는 게 주 임무거든. 민주제로 들어오면서 의회 기능이 물질주의적인 방향으로 이해를 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지금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을 내놨는데, 깎기는커녕 정부 담당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쪽지예산 식으로 하는 걸 보면 여도 야도 구분할 수 없는 상태거든. 정치도의적으로 바라는 바는 야는 야다운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우리 역사를 보면요, 여당이 행정부에 대해서 강한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야당이 힘을 별로 못 가져요. 여당이 국회,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강하게 견제를 해야 야당이 강해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과 행정부, 청와대가 한 몸통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삼권분립이 안 돼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범여가 똘똘 뭉치게 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되면 권력집중은 심화하는 거지."



-공수처법도 같이 추진하고 있는데요.

"특정세력이 자기들끼리 권력을 잡고 반대파를 숙청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우리 대통령 임기가 5년제인데, 현실적으로 3년이면 실제 통치는 거의 끝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내년 상반기까지가 주어진 시간이란 말이에요. 그 이전에 소위 '혁명'을 완수시키겠다는 거거든. 공수처법을 통해서 꼼짝 못하게 만들어놓고 엎어버린다는 겁니다. 엎어버린다는 건 무어냐, 소위 보수세력이라는 것을 제압한다는 것이거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장기적으로 보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겁니다, 책임이 없는. 그게 다 전에 다른 나라에서도 실험이 끝났던 거예요. 그런데 이게 특정한 기한 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하려니까 저렇게 무리를 하는 거야. 난장판이 되는 거야. 누가 책임을 지나? 책임질 정당이 없는데. 그러면 행정부가 압도적인 힘을 휘두르는 거지. 압도적으로."

-시민사회, 여론, 언론의 권력에 대한 견제력이 약해진 느낌이에요.

"정치라는 것은 자금이 뒷받침돼야 하거든. 정치는 자금하고 조직하고 이데올로기인데, 이데올로기가 지금 얼마나 치우쳐져 있나요? 자금이라는 것도 합법적이든 비합적이든 간에 여권이 독점을 하고 있잖아.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국가와 다른 '시민사회'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거든. 이 정부 들어 시민사회를 파괴하는 쪽으로 진행이 돼왔다 이 말이야, 그렇지요? 예를 들면, 국민연금을 통해 대기업을 컨트롤 한다는 것이 전형적인 것이고, 만인 대 만인 투쟁으로 시장기능을 본다면 국가로서는 그냥 볼 수가 없는 거라고, 개입을 안 할 수가 없지. 그 개입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라는 말이야. 개입이라는 것은 아주 미묘하게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거든. 어느 나라든 18· 19세기 정치 이데올로기 발전 이후 못사는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집단이 후원하거나 국가가 개입하잖아요. 체제 자체를 부수는 식으로는 하진 않거든. 그렇게 하려다가 돌아선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거든. 독일 사회민주당이거든. 지금 독일 사회민주당 강령을 보면 생산성의 향상은 기업에게 맡긴다고 돼있거든. 1957년 쿠르트 슈마허 주도로 마르크스주의 포기를 선언하거든."

-50여년 전 독일 사회민주당도 포기한 이념을 왜 지금 한국 집권세력들은......

"이념이라는 것은 영향력이나 파동이 전파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독일은 해보니까 국가가 권력을 다 가지면 민주주의는커녕 관료가 다 지배하는 게 되거든. 그 본보기를 이미 나치스와 소련에서 봐왔단 말이지요. 우리도 그리 간다고 봐야지."

-현 집권세력은 자신들 이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을 자극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반일감정도 그렇고 과거를 자신들 마음대로 적폐로 몰아 처벌하고 있고요.

"대중은 적(敵)을 만들어 낼 적에 열광을 한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사실 정치란 적을 만들어 낼 능력도 있어야 해.그런데 정당한 적을 만드는 것과 추잡한 적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거거든. 전쟁을 하더라도 정말로 군인다운 장수는 상대방도 존경을 합니다. 전쟁이 적을 전멸시키는 행위는 아니니까. 이쪽은 아주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저쪽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모든 면에서 죽일 놈이라는 식이면 국제정치가 이뤄집니까? 그래서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우리 국방비가 최근 많이 느는데, 어떤 가상적을 상정하고 있느냐 하는 것도 따져봐야 하거든. 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이 없어요. 나도 모르겠고. 자주국방을 하겠다고 하는데, 무엇을 위해서 군사비를 증강하느냐, 모르겠다 이 말입니다. 외교적인 조건을 보면, 지금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확실히 참여한다는 말은 안 하면서도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함대 파견 요청이 있는데도 그것도 확답을 안 하고 있고, 그럼 대륙하고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거든. 그런데 대륙은 전부 전체주의 체제거든. 그래서 이게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가상적 개념이 성립되지 않은데 국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말입니다. 가상적이 무엇이라고 국민한테 안 밝힌다는 겁니다. 문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가상적 개념이 애매모호해요. 적이 없는 군대는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가상적 개념은 좌우의 관계가 아니야. 하나는 자유민주에 근거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위배하는 '반동'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좌우의 차이냐 말이죠. 그래서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이거지."

-좌우의 갈등을 보도하는 언론이 핵심을 못 짚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사상적 근원을 찾아보면 한국에서 자유민주라는 것은 사실상 '진보'입니다. 저쪽에서 말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사실상 '반동'이라고요. 이 규정이 혼동돼 있는 거야, 지금. 헌정사적으로 옛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거라고. 한국의 성공을 망각시키고 마치 우리가 전통적인 농경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정권이 국민들을 끌고 가는 겁니다. 한국처럼 과거의 전통이 철저하게 파괴된 나라는 동북아시아에서 없어요. 평등개념이 어느나라보다도 강하게 작동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평등개념이 굉장히 강한데 경제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와서, 대량소비사회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돼야 하느냐, 인간은 그것으로 만족을 안 해. 평등사회에서는 신분경쟁이 의식을 지배하는 거야. 그럼 신분을 어떻게 확대하느냐, 돈만 가지고서는 안 되거든. 신분이라는 것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기를 규정하는 거야, 자기가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남이 나를 사랑해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규정되는 거거든. 남이 전제돼야 돼. 남을 찾다보니, 동창회니 문중이니 학연이니 찾게 되는 겁니다. 투표 행위도 그런 식으로 조정이 되는 거야. 그런 경쟁심에서 내가 남보다 떨어진다 하면 인간이라는 것이 질투심을 갖게 된다고. 이건 감정의 세계거든, 인간이 이성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거든."

-문 정부의 이념 의존 통치가 국민들에게 통하는 측면이 있어요.

"사회 각 개인의 질투심과 경쟁심이 격화되다보니 이런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쉬워지지. 국가에서 이런 현상에 불을 붙이면 확 달아오른다 이 말이에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안 그러거든. 그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 소동 아냐? 미국 소고기 먹고 다 죽었나? 이런 형편없는 기만에 속아 넘어간다 이 말이야. 촛불 탄핵도 마찬가지지. 증오심을 자극해 여론을 조작한 거지. 헌법재판도 마찬가지야. 헌법재판이라는 것은 헌법의 정당성 비정당성을 따지는 거라고. 헌법재판소는 실정법만 가지고 재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어떤 행위가 재판 대상이 될 때 체제에 맞춰서 정당성을 어떻게 해석을 하고 그 정당성에 부합하느냐 않느냐 판결하는 게 헌법재판이라는 거라고. 그런데 탄핵을 형법 식으로, 근거도 없는 것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는 거지. 그러니까 체제 탄핵이라고 하는 겁니다."

-헌재 재판이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건가요.

"헌법 체제를 지키는 임무가 헌재에 있는 거라고. 홈즈 판사(올리버 웬델 홈즈 Oliver Wendell Holmes, 1902~32년 미국 연방 최고재판소 판사)가 얘기하는 대로 법은 크게 보면 경험을 조문화시킨 거야, 경험을. 한국에서 법체제란 묵시적으로 현시적으로 모두 찬동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쭉 온 거 아닙니까? 법이라는 것은 결국은 경험이지. 영국에서는 경험론적으로 관습법이지만 독일에서는 좀 추상적인 방향으로 나갔어요. 우리가 대륙법 영향을 받은 것도 많거든. 양쪽 다 영향을 받아서 잘 구분이 안 되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 법체계와 정치사회조직, 경제이론이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게 많지요?

"사실 우리가 일본 것을 베낀 게 많아요. 일본 경제제도에는 근대 초기 대장성 관료들이 마르크스 경제학 영향을 받아서 래디컬한 요소가 많아요. 가령 상속법에 관해서는 일본과 우리가 제일 가혹해. 요새는 좀 달라졌지만. 기업을 국가 관료가 전부 다 장악한다는 데서 서서히 벗어나 60년대 70년대 들어오면서 바뀌지요. 일본은 시행해보고 공부하면서 자기들에 맞게 수용을 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하면, 한 번 국회를 보세요. 오후 되면 텅텅 빕니다. 그럼 입법은 어떻게 하느냐, 지금 규제 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게 2300여개인가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되느냐, 해놓고 그 위에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는 거야. 국회의원이 입법 성과를 내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전문성이 있어서 입법을 하느냐,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전문위원을 통해 행정부에 부탁을 해가지고 그게 나오면 국회의원 이름으로 내는 거야. 그러니 점점 쌓이는 거지. 문제가 터지면 꼼짝 못하는 겁니다."

-건국 7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정돈이 안 된 겁니까.

"특히 소셜 서비스 분야는 우리가 스스로 해본 것이 없기 때문에 외국 것을 많이 도입했거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거의 일본 것을 도입했어요. 50년대 60년대 관리들은 일본 말을 잘 해서 제대로 도입해 적용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영어를 잘 하느냐 또 그렇지 못하거든. 이렇게 되니 제도를 외국에서 도입할 때 엉망진창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턱없는 주제를 가지고 수없이 논의를 해왔지만 지금까지 잘 안 되잖아. 또 관료들은 서둘러 정리할 생각을 안 해요."

-관료주의의 병폐인데요.

"관료는 절대 문제해결을 서두르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게 있어야 자기 일이 있고, 일이 있어야 살아가니까. 관료 많이 쓰면 또 일을 만든다고. 그게 규제와 연관되는 거라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고칠 생각은 않고 자꾸 화장만 하지. 이를테면, 내가 정부에 있을 때도, 서울시가 총리 직속 지방행정조직이니까, 서울시 행정과 관련해 지하시설에 대한 일제 정비를 추진했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지하철 공사에 대한 개선은 했어요. 당시 지하철 공사를 하면 위에서 파내려가 다 뜯어냈거든. 온갖 보상이 따라요. 그러지 말고 터널 방식으로 하라고 했어요. 돈이 조금 더 들어가지만. 당시 TBM이란 굴착기가 나왔거든. 이걸 쓰면 하루 24m를 흙을 파내면서 굴착을 합니다. 그 전에는 굴착기를 도입할 생각을 안 해. 왜냐하면 그게 있어야 여러 사람이 밥 먹고 산다 이거에요. 하수문제, 통신, 전기 계통을 전부 터널로 넣어서 추진했지요. 그러나 총리에서 빨리 나와 버렸으니....."

-총리 재임 시 많은 것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내가 외국에 나가면 거리에서 공사를 하는 것을 유심히 보는 걸 좋아했어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선진국 가면 꼭 공사 현장 같은 데를 찾아가 봤다고. 관심이 많았거든. 길을 어떻게 수리하는지 지나가다가도 관찰을 했거든. 큰 건물이 올라가는데, 각이 어떻게 올라가는가도 유심히 봤어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도 대로의 사각 교차로는 모퉁이를 곡선으로 해야 한다. 직각으로 하지 말고.' 그런 것까지 실무자들과 상의한 적이 있어요. 요사이 그런 공간배치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더라고요. 또 당시 서울 시내가 밤 되면 죽은 도시라 되더라고요. 그래서 도심에 주상복합건물을 들여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돈 많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외곽으로 가지 않고 자동차도 필요 없이 도심에서 편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지요. 그래야 돈 있는 사람이 돈도 쓰고 그러고 할 게 아니냐 말이지. 대신 아파트 짓는 회사는 돈을 마음대로 받아도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1층은 밝아야 한다,밤이 되도 활동하기 쉽게. 당시 아파트 가격 통제가 있었는데, 건설사에 내 요구를 들어주면 가격통제 풀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파트를 좀 봐라 했어요. '전부 남향으로 한다고 모양이 다 형무소, 창고 같다, 이래 가지고는 안 된다, 모양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창이 북쪽에도 있어야 한다. 창가에 화분도 좀 내걸고'라고 했어요.그래야 뭐 도심과 한강이 좀 밤이라도 기분이 나지, 안 그렇겠어요?"

-지금도 그런 것을 충족 못시키는데 30년 전에 그런 제안을 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제안을 건설업자들한테 다 얘기하니까 꽥 소리 못하고 가버리더라고.(하하하) 뭐든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런 변화가 나중에 서서히 일어나 지금은 많이 그렇게 하고 있더군."

-정치학을 전공하셨고 오랜 교수생활과 고위 공직에 계셨는데, 어떻게 도시 미관과 설계 같은 미학적 안목을 가지게 되셨습니까.

"정치학을 현실과 연결시켜 보게 되면 모든 분야의 시책이 정치와 관련이 됩니다. 통치란 시민의식, 불편함 이런 것을 다 포괄해 봐야 하니까 넓은시야를 가져야 하고 또 자연스럽게 가지게 됩니다. 독일 베를린 가서 길을 고치는 모습을 보니까, 전통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작업을 하더라고. 거기 노동자들이 얼마나 전통에 철저한지 작업을 하는데 기어가며 하더라고,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일본도 마찬가지야. 큐슈인가 가보니 거기도 어떤 노인이 길을 수리하는데 저울을 갖다놓고 모래와 시멘트 배합을 맞추고 있는거야, 혼자서 작업을 하는데, 그것을 보고 놀랬어요. 제네바 같은 데를 가봐요. 자기 집에 있는 나무라고 해서 마음대로 가지치기를 못한다고. 가로수가 쫙 높이 기준에 맞춰 있거든. 옆집에 나무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하면 고발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시민의식이라고. 그래서 내가 한 번은 '야 이건 전체주의 국가와 비슷하다'(하하하) 했어요. 철저하게 룰을 지키면서 편안함과 자유를 만끽하는 거라고."

-자유는 룰 속에서 향유하는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그렇지. 자유라는 것은 자기가 결정하는 건데, '남의 간섭이 없는 것이 자유'라는 식으로 출발을 했어요. 홉스부터 시작해서 사회계약설이니 하는 그런 것이 많아요. 그런데, 자유는 '내가 내 자신으로서 내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이게 밑받침 안 되면 자유는 타율적인 의사의 결과밖에 안 돼. 소위 버춰(virtue), 공덕심이라고 하는 겁니다. 공화정을 말할 때는 항상 강조하는 게 공덕심이거든. 군주제가 없어지니까 모든 국민이 권리를 갖는 공화정이 됐단 말이지. 공화정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겁니다. 그 시민은 시민으로서 공덕이 있어야 되는 거고. 정부가 다 해주기를 바란다면 권위주의 전체주의로 가버리는 거거든. 공덕심이 무엇인지 예를 들면, 미국 샌디에이고 가보니까 관광 안내서에서 길을 묻는데, 먼저 주는 게 무어냐면 요만하게 납작한 은박지를 주는 거예요. 담뱃재를 털고 꽁초를 넣을 수 있게. 우리나라에서는 피우지 말라, 버리지 말라는 얘기만 하잖아요. 그거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겠어요? 버려진 담배꽁초 청소하고 시민은 벌금 내고 하는 비용에 비하면 정말 적은 돈이잖아요. 공덕심이란 샌디에이고처럼 정부, 자치정부, 시민이 협력해 함께 키워가야 하는 겁니다."

-최근 보수 진영에서 진정한 '공화 정신'을 기르자고 하는데, 바로 그처럼 가까운 데에 있었네요.

"한국 사람들 외국여행 많이 하는데, 과연 무얼 봤느냐 이 말이에요. 내가 가서 무얼 보겠다는 목표를 안 세우면 누가 안내하는 대로 보고 오는 것뿐이거든. 무얼 보고 싶냐, 주어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이번엔 내가 무엇을 보고 오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해요. 루브르 박물관 일부를 보려고 해도 하루 종일 걸리거든.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공화, 공덕심이 자라나는 데는 헌정체제가 영향을 미치잖아요. 지금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작년 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사람(조국 전 수석)이 개헌안을 발표를 했는데요.

"일개 수석비서가 개헌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전에 내가 '지금 청와대는 대통령과 비서진이 있는 게 아니고 혁명위원회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개 수석에게 개헌안을 발표하게 할 수 있어요? 혁명위원회라는 건 투쟁경력을 따지게 돼 있어요. 투쟁 경력에 의하면 대통령은 하위야. 조국은 혁명위원회 정치국장 노릇을 한 거야."

-총리님이 청와대 비서실장 하실 때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내가 그랬어요. 절대로 수석비서고 뭐고 간에 공개적으로 나가서 발언하지 말라고 했어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지 너희가 말하면 장관 위에 서게 된다"고 그랬어요. 대통령께 무슨 말씀을 드리면, 대통령께서 그래요, '그럼 실장이 연락을 좀 해.' 그러면 제가 이렇게 말씀 드려요. '각하 제가 말하면 장관 위에 또 대통령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가지고 장관들 일이 안 됩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하십시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그것이 비서실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지금 이거는 비서실이 아니라고. 혁명위원회야. 그러니 수석도 아닌 일개 행정관이 육군대장을 맘대로 오라가라 부르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 때 비서실 직원들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비서실은 익명의 정열을 가져야 한다.' 비서실에 누가 있는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만 보좌하는 것이지, 너희가 무얼 한다고 나서지 말라, 그게 내 명령이었다고."

-내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 됐는데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개 수석이 개헌안을 발표하는 마당이니 지금 내각의 어느 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겠습니까? 흔적도 없잖아요 지금."

-개헌은 다시 추진되겠지요.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되고 나면 그 때 내놓을 겁니다. 나는 내각제는 시기상조라고 봐요. 내 경험에 비춰보면, 90년 3당 합당(1990년 1월 여당인 민주정의당,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 했을 적에 내각제를 하기로 합의를 했거든. 권력분산을 어떻게 하느냐, 지방자치 얘기도 나오고. 난 그때 기본적으로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를 권유했어요. 대통령께 '정상적인 국가 같으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세련돼 있다면 내각제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앞으로 큰 역사적인 결정을 할 게 몇 개가 남아있는데, 대통령제 아니면 못합니다. 현재 정치상황으로 봐서 내각제를 가지고 합당을 하긴 하지만, DJ(김대중), YS(김영삼) 모두 행정경험이 전혀 없어서 행정경험을 빨리 갖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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