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국민 눈귀 막는 법무부 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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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국민 눈귀 막는 법무부 훈령

   
입력 2019-12-01 18:20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설마, 이게 정말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귀를 의심하는 일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적폐청산'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이라는 혐의로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조사하고 처벌해왔다. 그런데 전 정부의 직권남용과 같은 일들이, 아니 더 심한 일들이 현 정부에서도 자행되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두 달 전 정국을 강타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일은 조국 개인과 그 가족의 일탈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두 사건은 조국 민정수석실의 부실한 검증능력과 잘못된 상황판단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혐의로 종결했던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었다. 반면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촉수로 민심을 파악하고,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를 감시하는 역할과 기능을 부여받았다. 그런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측근들의 말에 따라 나온 증거를 덮거나 선거에 관여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위기 국면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반 불거진 최순실 의혹 사건을 잘못 대응하면서 결국 탄핵됐다.
유재수 전 부시장 사건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 당시 비리첩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입수해 조사하다가 덮었다는 의혹이다. 이후 그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금융위원회를 떠나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을 지낸 유 부시장이 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은 더 심각하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과 울산시장 부속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당시 상대후보 보다 여론조사에서 15% 포인트 이상 앞섰던 김 시장은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차가 줄어들어 결국 낙선했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내용이 청와대에서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특정후보 당선을 위해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권력을 이용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파괴한 행위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의 진상은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고,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청와대는 의혹을 부인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의도를 갖고 수사 진행사항을 누설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청와대와 여당을 의식했던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만들어 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훈령은 포토라인 설치제한과 수사관계자의 구두브리핑 금지, 기자들의 검사 접촉 및 검사실 출입 제한 등으로 요약된다. 피의사실 공포로 인한 형사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중·후반기의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최고 권력자가 머무는 곳을 여전히 '구중궁궐'로 부른다. 역대 대통령들이 '인(人) 장막'에 싸여 민심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선언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점차 부처 장관의 보고도 듣지 않고 대신 실장과 수석 등에게서 보고를 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공약했던 것도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 민심을 듣겠다는 의지였다. 집무실 이전보다 손쉽게 현실을 파악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도 있다.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대통령의 말과 뜻을 국민에게 전달하기도, 민심을 최고 권력자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비리의혹 역시 언론을 통해 가감없이 전달된다. 법무부 훈령 등으로 언론취재를 무디게 해 국민과 대통령의 귀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눈귀를 막고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해 정권의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3년 전 박근혜 정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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