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진짜 底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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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진짜 底意

   
입력 2019-12-01 18:20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정의당의 승리, 민노총의 세상이 될 것이다. 정의당은 2016년 총선 기준, 21석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가 30% 대 이하로 줄어 정의당에 손을 내밀어야만 원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는 지경이 될 것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발생할 정치 지형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다 양 당과 민노총의 강령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시장과 자본의 탐욕을 감시한다는 정의당의 강령에 가깝고 정의당의 강령에는 노동자를 정치세력화하자는 민노총의 강령이 녹아있다.


정의당의 강령에는 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에다 민노총 강령에 담긴 노사공동결정제도는 물론 문 대통령이 매달리는 소득주도성장도 들어있다.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은 노사공동결정을 지향하고 국회 의석은 투표자 의사에 비례해 배분한다고 명시한다. 더불어민주당 강령도 좌파적이지만 강도는 정의당보다 훨씬 약하다. 양 당은 지난 2년 반, 창원성산 선거의 후보 단일화, 조국 장관 임명 등에서 긴밀히 협력해왔는데 앞으로 내각도 공동으로 구성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진짜 의도는 좌파 연정을 통한 국회 장악과 민노총과의 노정(勞政) 연합에 의한 체제 전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노총의 강령은 자본주의를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의당이 승리하면 실행에 옮겨질 것이다. 노사공동결정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치파업 허용과 정리해고 반대 등 권리분쟁 파업 허용, 해고자와 퇴직자 노조 가입 등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기본권 강화 등 민노총의 요구가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 들어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합해 정책으로 추진할 일만 남은 것이다. 이런 조짐은 문 정권이 민노총의 요구대로 노동법을 개정하려는 데서 보였다. 국회 계류 중인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안과 함께 마련된 노동조합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안이 그렇다.



국회 바깥도 민노총의 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화, 특수고용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해왔고 조직도 문 정권의 도움 덕분에 급속히 확장해 한국노총보다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올리고 경쟁력은 떨어뜨리며, 고용은 감소하고 실업률은 높이기에 정부가 눈치라도 보고 있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민노총은 확장된 조직에다 소속 연맹은 물론 좌파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힘을 과시하고 언론과 방송, 학계 등을 총동원해 체제 전환 여론을 조성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와 선거 개혁으로 포장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독점 구조를 깬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는 진보를 표방한 정의당과 평등 보장을 내세운 민노총의 요구대로 체제를 전환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진짜 의도를 모른 채 이용되고,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의 2중대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도 인식이 부족하다. 선거 개혁이라는 좌파의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체제 전환이 진짜 의도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1조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당의 권력은 커지고 유권자로서 국민의 권력은 축소되며 체제 전환까지 일으키는 중차대한 변화인데도, 패스트트랙으로 국민 모르게 전격적으로 슬며시 도입하겠다는 것은 헌법과 정면으로 위배한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강행처리를 멈춰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에 휘둘리고 민노총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하겠다면 국민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도와 결과를 먼저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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