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행 한달 앞둔 화관법…중소기업들 `대응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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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행 한달 앞둔 화관법…중소기업들 `대응 방법이 없다`

은진 기자   jineun@
입력 2019-12-02 15:37
"정부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기업들은 공장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지난달 26일 디지털타임스 취재진과 인터뷰한 손판개 대표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손 대표는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도금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화관법 적용을 받게 되는데, 유예기간이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우려는 여전하다.
화관법은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한 법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발단이 돼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에 대한 안전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은 장외영향 평가서→취급시설 검사→전문인력 채용 절차를 거쳐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충족해야 하는 안전기준 항목은 79개에서 413개로 확대됐다. 신규 시설은 2015년부터, 기존 시설은 2020년부터 적용된다.

대부분의 뿌리산업이 영향을 받는 법인 만큼 정부는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가 과하다"는 아우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화관법 적용을 받는 중소제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7월에 실시한 '화관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관법상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는 업체는 약 43%였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화관법을 지키려면 바닥에 턱을 만들어야 된다든지, 벽을 일정 간격 띄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이걸 따르려면 공장 레이아웃을 다시 해야 하고 바닥에 방지턱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공장을 일정 기간 중단해야 하니까 영세 기업의 경우는 (법 시행 기간에 맞춰) 일을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화학물질을 등록하는 데 드는 비용 추산도 각기 다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업체 기준 1개 물질을 등록하는 데 평균 1200만 원"이라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서 상근부회장은 "기존 물질인지 신규 물질인지 또는 물질 종류마다 테스트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은 100만 원이면 되지만, 어떤 것은 1억 원 이상"이라고 했다. 정책과 이를 적용받는 현장 간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이어 "업체에선 최소한 2000~3000만 원은 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용을 전부 기업이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중소기업계에선 무조건적인 정부의 비용 지원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취급시설이나 등록물질에 대한 기준이 높게 설정됐다는 데 대한 애로가 가장 크다.

서 상근부회장은 "국가적 재난을 막고 국민 안전을 도모하는 목적에서 도입된 법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충분히 인정해야 하고 그 정도의 부담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모든 규제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만큼 (현장에서) 그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쟁력과 여건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높게 설정돼있는 취급시설 기준이나 등록물질 기준을 경쟁국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계의 아우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기업이 받아야 할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보완책을 다급히 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고위 관계자는 "유예기간은 끝났지만, 화관법 이행 의지를 보이는 업체에 한해서라도 화관법이 문제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 2년을 더 주는 방식을 요구한 상태"라고 전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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