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빼닮은 `저물가 굴레`… "한국, 사실상 디플레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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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빼닮은 `저물가 굴레`… "한국, 사실상 디플레 진입했다"

성승제 기자   bank@
입력 2019-12-02 18:24

마이너스 물가 벗어났지만
전년대비 상승폭 0.2% 그쳐
근원물가 20년來 최저 '심각'
日잃어버린 20년 답습 가능성
전문가 "디플레 대응책 시급"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1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근원물가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마이너스(-) 물가는 간신히 벗어났지만, 전년동기 대비 상승 폭이 0.2%에 그쳤고 전월과 비교하면 0.6% 하락해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10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103.61)는 1년 전보다 0.6% 하락,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며 정부의 추가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시기를 놓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리 경제가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전년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전월(105.46)동기 기준으로는 0.6% 하락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기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연속 0% 수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1개월 연속 이처럼 낮은 수준에 머문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또 올해가 12월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기 부진과 함께 연간기준 최저 물가지수를 경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계기준 0.7%에 불과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근원지수 상승 폭 둔화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달 전년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지난 9월(0.5%)과 함께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12월(0.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로 쓰이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0.5%를 나타냈다. 연간 근원물가와 OECD 기준 근원물가 모두 1999년(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0.3%,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0.2%)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이에 따른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0.2% 상승하긴 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했다"면서 "지금까지의 물가 상승률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물가 상승률 0.2%의 반등도 사실상 숫자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면서 "경기악화를 반영한 물가하락에 대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자물가지수는 2000년대 3.5%를 기록했다가 2010년대엔 1%대로 하락했다"면서 "그동안의 수치를 보면 결론적으로 물가상승률 레벨이 둔화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면 소비와 투자가 줄고 이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에 빠지게 된다"면서 "정부가 낙관하기보다는 지금을 디플레이션 전조현상이라고 보고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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