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서 농민표심 공략 분석
예고 없이 발표… 韓영향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즉각적 관세 부과 재개를 선언했다. '통화 평가 절하'를 이유로 1년 3개월 만에 나온 관세 부활은 트위터를 통해 깜짝 발표됐다. 갑자기 이들 두 나라를 정조준한 관세 카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미국 농민들의 표심 공략 차원에서 중국에 이어 남미 국가들로 그 대상을 넓히며 무역 분야 확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농부들에게 좋지 않다"며 "그러므로 나는 이들 나라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이러한 조치가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2018년 3월 1일 관세가 발표된 이후 미국 시장은 21%나 증가했다. 미국은 막대한 금액의 돈을 챙기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중국의 표적이 된 우리 농민들에게 주고 있다"며 대중(對中) 관세정책의 효과를 자화자찬했다.
미 행정부의 설명이 없어 내막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일단 한국과 이들 두 나라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 두 나라의 의도적 통화 평가 절하를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한국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없고, 인위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지도 않아 두 나라와는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또다시 압박을 가했다. 그는 연준을 겨냥, "많은 나라가 더는 그들의 통화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우리의 강한 달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금리를 더 낮추고 (통화정책을) 완화하라 - 연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연준을 향해 높은 금리가 제조업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서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작년 8월 30일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 대해선 철강·알루미늄 쿼터와 관련해 미국 산업의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면제를 허용키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대해 "깜짝 발표는 백악관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적대적 무역 접근법을 철회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 뒤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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