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불러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은행에 손실금액의 최대 80%, 하나은행에 최대 65%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견돼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80%의 배상비율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5일 금융감독원은 DLF 투자손실 6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DLF 분조위를 개최하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대표 사례 3건씩 총 6건을 뽑아 상정했다. 이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판단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80%의 가장 높은 배상비율이 책정된 사례는 우리은행이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상품을 판 것이다. 이어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를 강조한 사례가 75%,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없이 안정성만 강조한 사례가 40% 배상으로 결정났다.
우리은행은 상품선정위원회 참석위원 의견을 임의 기재해 승인하고 리스크 자체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내부통제 부실운영 사례가 발견됐다. 또 우리은행은 PB들 대상 교육자료에 '손실확률 0%' 등의 긍정적인 내용만 강조하고 그룹차원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 목표치를 매년 확대, DLF 선취수수료를 강조하며 판매를 독려했다. 또 영업 본부장은 고객수와 금융 수신 관련 핵심성과지표(KPI)를 일별로 관리하며 판매 압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예금상품 요청 고객에게 기초자산(미국·영국CMS)을 잘못 설명해 75%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기초자산을 잘못 이해한 것을 알고도 설명없이 판매한 사례는 55% 배상,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한 사례는 40%를 배상하라고 했다.
하나은행도 상품위원회 승인 없는 출시, 자체 리스크 검 미실시, 초고위험상품 목표고객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선정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운영 사례가 발견됐다. 또 금감원 조사에서 불완전판매를 1차적으로 부인하라는 PB용 자료를 만들어 활용한 점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대규모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여러 부서에서 상품제조·판매 등 모든 단계를 검사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이전과 다르게 내부통제 부실이 명확하게 확인돼 본점 차원의 내부 통제 부실을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에 분조위에서 결정한 배상기준을 은행에 전달할 예정이다. 6건 이외의 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하게 한다. 금감원 분쟁조정2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인증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상한 80%에서 하한 20%까지 설정했다"며 "은행은 사례별 배상기준을 받으면 배상계획을 세워서 고객들에게 안내한다. 자율조정에서 은행과 투자자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금감원에서 신청받아 합의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는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다. 1심 판결 전 취하하면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시민단체를 통해 검찰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번 분쟁조정은 불완전 판매에 한정됐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사기로 결론나거나 계약취소가 결정될 경우 100% 배상까지 재조정이 가능하다. 이 같은 내용은 조정결정문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