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오는 9일 치르기로 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과 싸워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투쟁력을 가진, 한국당의 미래를 같이 설계해나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출되길 바란다"면서 "원내대표 임기가 10일까지지만 조금 더 일찍 했으면 하는 바람들을 반영해서 9일로 날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떠나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후보군은 대략 4~5명이다. 앞서 출사표를 던진 3선 강석호 의원과 4선 유기준 의원의 뒤를 이어 5선인 심재철 의원이 5일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최소 3파전 이상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절박한 심정으로 원내대표직에 출마한다"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워본 사람이, 싸울 줄 아는 사람이 내년 총선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심 의원은 한국당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거나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공개했던 전력이 있다.
심 의원 외에도 3선인 윤상현 의원이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고, 재선 의원 중에서도 출마자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 내 초·재선 의원들 중에서 재선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당 쇄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선 이상의 중진이 원내대표를 맡으면 다시 기득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계산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이 촉박하게 결정되면서 후보 간의 단일화 등 전략적·계파적 대결보다 다자간 대결구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학용·김영우·강석호·유재중 의원 등이 출마를 결심했다가 계파에 따라 단일화 구도가 형성되면서 나 원내대표와 김학용 의원이 1대 1로 경선을 치른 바 있다. 현재로서는 경선이 불과 4일 밖에 남지 않은 터라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
또 '친박 대 비박' 대결구도를 그렸던 지난해 경선과는 달리 황 대표의 복심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친박 대 친황 대 비박·비황' 등의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강 의원은 비박계로 분류되고, 심 의원도 비박계다. 유 의원은 대표적인 친황계인 반면 윤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다.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가장 빨리 출마를 확정한 강 의원과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모임인 '통합·전진'에 참석해 지지를 당부했다.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야가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이럴 때 과연 무엇이 해법인지 소통하면서 찾아내고, 외유내강으로 유연한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총선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치르고, 원내대표가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의원들이 각 지역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되도록 화합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법안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이 고생 많이 하고,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그런 것도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원내대표일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경선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