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문제가 장장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삼성생명 간 공방이 보험가입자와 삼성생명 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쟁조정위 "과소지급 즉시연금 지급하라"=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보험 문제는 한 건의 민원에서 시작됐다. A씨는 지난 2012년 9월 12일 삼성생명에 10억원이란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은 보험사에 거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한 수익금으로 그 다음달부터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A씨도 매월 최저보증이율(2.5%)이 적용된 최소보장 연금액(208만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고 가입했다. 최초 3년 동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2015년부터는 208만원보다 낮은 연금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7년 10월부터는 136만원의 연금액을 받았다.
A씨는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208만원보다 적게 지급된 연금액을 돌려 달라며 민원을 냈다. 삼성생명은 "약관에서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분조위는 2017년 11월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서류일 뿐 약관만 보면 연금액이 최저보증비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결국 분조위 결정을 수용했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괄지급 거부= 금감원은 이듬해 3월 전 보험사에 즉시연금 가입자에 대해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독려했다. 당시 금감원 측은 "똑같은 상품에 가입한 계약자들이 피해를 본 게 명백한 만큼, 이를 감안해 분조위 결정을 따르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특정 민원 사건의 조정 결과를 다른 계약자에게까지 똑같이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생명은 2018년 7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금 일괄 지급 요구를 거부했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 안건은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으로 간 즉시연금 공방= 즉시연금 사태를 둘러싼 삼성생명과 금감원 공방은 법정으로 갔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즉시연금 관련 민사소송 첫 공판이 지난 4월 열린 이후, 6월 19일 2차 공판, 9월 1일 3차 공판, 10월 28일 4차공판이 열렸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기초 서류인 '약관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소연과 보험가입자는 산출방법서는 보험사의 내부 문건일 뿐 약관으로 볼 수 없으며,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