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금융위의 `유재수 침묵`](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1202102269727001[1].jpg?var=3719 "[DT현장] 금융위의 `유재수 침묵`")
2017년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국장급 인사에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국장급 중 최고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에 선임됐다. 그런데 불과 4개월 후 그가 출근을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 전 국장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 감찰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려졌다. 그 무렵 금융위는 유 전 국장이 "몸이 아파 병가를 냈다"며 관련 사실을 숨겼다.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통보했을 때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을 법의 심판대로 보내지 않았다. 금융위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징계는 커녕 병가를 받아주고 사표를 수리한 뒤 1급 공무원 자리인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6~2017년 금융위 재직 당시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차량 등 각종 편의와 자녀 유학비 등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최근에는 그가 금융권 인사에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그가 청와대 근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침묵했다. 지금도 금융위는 불거진 유재수 논란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달 17일 출입기자들과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오찬이 예정돼 있지만 이 자리에서도 '유재수'는 거론되지 않을 것 같다. 금융위는 유재수와 관련된 언론 기사에 어떤 코멘트도 없고, 금융위는 유재수가 나오면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전화를 끊는다.
금융업 종사자들에게 금융위원회는 신상필벌을 관장하는 두려움의 존재다. 각종 인허가와 처벌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금융위가 금융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의 비위행위에 대해선 감찰 없이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했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유재수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감사하는 건 금융위가 마땅히 할 일이다. 최종구·김용범은 금융산업 종사자의 불법행위를 일벌백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수뢰혐의가 있는 유재수 감찰은 중단했다면 이는 이중잣대다. 노조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야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 유재수는 금융위에서 면직되지 않은 덕분에 공무원연금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고 작은 어느 조직이든 수장이 아닌 간부가 호가호위로 실세로 인식된다면 부패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무능하든 썩었든 보직을 꿰차고 영전까지 할 수 있다면 조직 기강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전체가 무너지게 돼 있다. 더욱이 그 기관이 금융권에 영이 서야 할 당국이라면 사안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시장을 개혁할 금융위가 오히려 개혁 대상이 된 꼴이다.
은성수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는 숨가쁘게 달려 왔다. 은행의 DLF(환율파생상품) 불완전판매 후속조치를 내놓을 예정이고, 금융위가 혁신금융을 위해 추진하던 데이터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도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 문제로 졸지에 '비리 공무원'을 봐 준 조직이 될 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유재수 수사는 정점으로 가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감찰 이후 다른 징계 없이 금융위를 나온 경위를 수사 중이다.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전형적인 권력을 등에 업은 '권력형 비리'다. 그리고 금융위에 치명타가 될 '금융위 농단사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해온 핵심가치는 '공정사회'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이 청와대와 여당 핵심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해 민간 금융사 인사를 이른바 등급을 매겨 주물렀다는 의혹은 절대 사실이어선 안 될 의혹이다. 매주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 광장 시위에서 '문재인 퇴진'이라는 군중의 외침이 겨울 칼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처음엔 공허하게 들렸던 이 말이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이 자꾸 터져 나오면서부터는 점점 힘이 실린다. 향후 뇌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변인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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