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집값대책은 `패스트트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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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집값대책은 `패스트트랙`이 아니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12-17 15:09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집값 폭등 대책을 내놓은 16일 문재인 정부의 미숙한 '일하는 방식'이 다른 세 곳에서도 드러났다. 집값 급등 요인은 투기적 수요가 없진 않지만 거시적으로 보아 공급 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급 확대가 대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 이 기본적 사실을 정부와 집권세력은 지난 2년 반 동안 줄곧 외면해왔다. 출발부터 잘못 설정된 방향은 시장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고 부작용을 키웠다. 그걸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 일이 반복됐다.


이 같은 역주행과 그로 인한 후과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가 여의도, 청와대, 도쿄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패스트트랙 강행 시도, 풍선만 띄워놓고 성과는커녕 더 악화된 남북관계, 우방의 외교적 교섭을 무시해 화를 키운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문제다. 모두 이념, 편견, 무지, 계층적 시기심(猜忌心)에서 비롯됐다. 사심을 내려놓고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면 일어나지도, 일어나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먼저 여의도로 눈을 돌리면, 헌정사에서 유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들이 법안 처리를 못하게 의사당을 가로막은 것이다. '4+1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의사당으로 몰려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처음 사표를 막는다는 목적에서 나왔다. 그런데, 논의과정에서 소수 대표성도 높여야 한다는 미명 아래 단순 비례에서 '의석 비율 연동'이라는 희한한 개념이 등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집권세력이 좌파 연정을 통해 장기집권을 하려는 꼼수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공수처법도 좌파연정을 시위(侍衛)하는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선거법과 마찬가지다. 선거제는 단순명쾌해야 한다는 것이 정론이다. 현 제도가 결함이 있다면 중대선거구제에 보충적으로 분야별 단순 비례제를 결합한 것이 정답이다.

청와대에서도 벌려놓은 일의 수습과 동떨어진 상황이 연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초기 미북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며 비핵화 촉진자를 자부하던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기 어려운 국외자 발언이다. 지금 4·27 판문점 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비핵화 노력'은 온데 간데 없고 북한은 연일 한·미를 압박하고 있다. 2017년 전쟁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 비하면 낫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그때와 진배없다. 이제는 실패를 인정하고 대북 관계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계속 '평화'만 입에 달고 있다.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한·일 국장급 정책대화도 사실은 초래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전략물자 관리에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것이지만, 실은 작년 10월 일제 징용공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문제를 한국 정부가 방치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일본은 지난 6월 말까지 문 정부에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문 정부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경제보복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파기 선언했다 취소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해프닝은 국격을 크게 실추시켰다.

모든 주장에는 진실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건 바로 그 약간의 진실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깝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는 솔직한 토론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론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문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선거법과 공수처법, 남북관계, 외교안보 등 현 집권세력의 문제점은 국민, 시장,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데 있다. 강력한 집값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시장은 투기적 수요든 실수요든 집을 사려할 것이다. 집값대책을 '패스트트랙'처럼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언제든 적절한 가격에 살고 싶은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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