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칼럼] 기업이 살아야 인간 존엄성도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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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기업이 살아야 인간 존엄성도 지켜진다

   
입력 2019-12-09 13:27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중 47.4%가 내년에는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주된 이유로는 현 정부의 친(親)노동정책과 내수 부진 등을 들었다고 한다. 평상시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중차대한 격변기에 국내기업들이 투자를 줄인다고 하니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런 현상이 우리 산업이 성장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징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기업들이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부터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게도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된 중소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를 인식하고 계도기간을 확대하여 연착륙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노동계의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알려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사실상 플랫폼 택시라는 신산업이 고사될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빅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명 '데이터 3법' 개정안 역시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시장에 투자가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러는 사이 국내기업들의 수출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 3%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기업들의 수출환경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투자의 위축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합심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쪽으로 현 정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가운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가 노동법제 개정작업을 완료한 상황이어서 입법적으로 단기간 내에 이를 달성하기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무임금 조항이 1997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후 13년간 시행이 유예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주 52시간 문제는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본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서 법 개정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산업의 탄생은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와 충돌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함몰되어 시장 및 산업의 재편을 방치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저녁 있는 삶'과 '개인정보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세금을 낼 기업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란 단지 추상적 가치에 불과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국내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법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길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정부는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고 신속하게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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