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월성1호기 당장 재가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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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월성1호기 당장 재가동하라

   
입력 2019-12-26 18:49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올해 '성탄 선물'은 엉뚱한 곳에서 날아왔다. 원전의 안전을 감독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멀쩡한 월성1호기에 사형선고를 내려버렸다. 원자력의 '원'자도 모르는 원안위가 맨땅에서 시작해서 6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우리 스스로의 원전 기술을 송두리째 부정해버린 것이다. 원안위의 결정은 국회·사법부·감사원을 능멸하고, 국민경제·에너지안보·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폭거였다.


지난 4년 동안 월성1호기에 대한 원안위의 행보는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2015년에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의결했고, 2017년에는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행정소송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를 했었다. 그런 원안위가 느닷없이 손바닥을 뒤집어 정반대의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과학적 사실만을 근거로 원자력 이용에 따른 안전을 관리해야 할 원안위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스스로의 책무와 권위를 몽땅 내던져버린 것이다.
왜곡된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를 의결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한전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수원에게는 원전의 가동중단에 대한 어떠한 법적·제도적 자격이 없다. 고장이나 사고로 원전 가동을 중단할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원안위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한수원은 국회가 정해놓은 원자력진흥법·녹색에너지기본법·에너지법·전기사업법·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른 절차에 따라 결정된 원전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집행기관일 뿐이다. 원안위가 한수원의 그런 월권을 묵인한 것도 모자라 사후 추인을 해준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특히 원전의 영구정지는 한수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설사 한수원이 주장하듯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한수원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한수원 이사회가 분명하게 밝혔듯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한전이 전력사업에서의 적자를 핑계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발전·송배전 사업을 함부로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력과 원전 산업은 국가의 경제와 에너지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원안위가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 안건을 심의·의결하지 말아야 했던 이유는 그 뿐이 아니다.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에 대해 국회가 지난 9월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감사원이 그런 국회의 요구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이 한수원의 결정에 법적·제도적 하자가 있었고,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면 원안위의 이번 의결은 원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는 법원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안전하기 때문에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고 항소를 했던 원안위가 이제 와서는 안전하지만 영구정지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원안위가 10월과 11월에 의결을 보류한 것도 정확하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상황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데 동일한 안건을 재상정해서 표결을 강행한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생떼이고 억지일 뿐이다. 원안위의 위원장과 위원들의 상식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정잡배도 그런 의사진행은 용납하지 않는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 투입한 7000억 원과 원전의 재가동 여부가 원안위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라는 엄재식 위원장의 발언은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한수원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서 월성1호기를 재정비한 것은 정확하게 2015년 원안위의 수명연장 결정 때문이었다. 월성1호기의 운명은 2015년 2월에 원안위에 의해서 확실하게 결정되었고, 그동안 법과 제도의 틀에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원안위가 이제 와서 표결을 통해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는 뜻이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재가동을 신청하면 안전성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는 원안위의 추가 해명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월성1호기의 운명은 한수원의 요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한수원이 원전의 안전 가동 여부를 감독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4년 전 원안위의 결정에 따라 하루빨리 재가동시켜야만 한다. 국가 경제를 살리고,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하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에 의한 환경재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물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원안위에 전문성과 상식을 갖춘 위원을 추가 위촉해서 정치색을 지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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