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고령에 더 무서운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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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고령에 더 무서운 폐렴

   
입력 2020-01-02 18:30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한 수 천명 중에서 211명이 원인불명의 폐렴에 걸려 34명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집중적인 역학조사 결과 호텔의 에어컨 냉각탑에서 세균의 일종인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여 호텔 내의 공기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재는 냉각탑 관리도 엄격해지고 원인균에 대한 치료 지침도 마련되었다.


기관지염이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에 염증이 생겨서 좁아지는 현상이라면, 폐렴은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 폐포에 각종 미생물들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중에 있는 많은 먼지와 미생물은 코에서 일단 걸러진 다음에 폐로 들어가지만 일부 미생물들은 폐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 미생물들은 대부분 폐의 점막과 반응하여 가래와 함께 기침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그래도 남아있는 미생물은 폐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이 막아주고 폐의 혈관까지 침투한 균은 백혈구가 처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이거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폐의 염증인 폐렴이 된다. 특히 고령의 경우 음식을 먹다가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흡인성 폐렴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면역 기능을 떨구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다량의 미생물이 폐로 들어가도 폐렴이 된다.
균 대신 미생물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워낙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들이 폐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결핵이 워낙 흔해서 '폣병'이라고 하면 폐결핵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일반적으로 폐렴이라고 하면 결핵을 제외한 폐렴을 의미한다. 그런데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균이 폐염구균이다. 이 균은 감기와 중이염도 잘 일으키지만 다행히 예방주사가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반드시 접종을 권하게 된다.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플루엔자 역시 매년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폐렴에 걸려도 지금은 적절한 약물치료로 과거에 비해 매우 잘 치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과 심혈관 질환에 이어 사망률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년 10만 명 중 9.4명이 폐렴으로 사망했으나 2017년에는 무려 37.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다 막아내기 힘든 점도 있지만 그 보다는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면역이 감소한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역시 고령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단 폐렴에 걸리면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이 주를 이루지만 두통이나 피로감과 같은 전신 증상도 나타나며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균의 종류에 따라 고열이 나기도 한다. 일단 청진과 흉부 X-레이 사진을 통해 폐렴이 의심되면 CT로 좀 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한 뒤 가래, 소변, 혈액 등에서 균 배양 검사를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기관지 깊숙한 곳의 분비물을 채취해 배양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균 배양 검사는 결과가 나오는데 1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일단 임상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한 다음 배양검사 결과를 보고 다시 항생제를 조절하게 된다.

심하지 않으면 집에서 통원치료도 가능하고 2 주 정도 치료를 하면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고령자 및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통해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가래를 제거하고 폐에서 공기가 새어 나오는 기흉이나 폐에 고름주머니가 생기는 폐농양 등의 각종 합병증 발생을 막도록 노력하게 된다.

이런 노력을 통해 만일 합병증이 발생하여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폐렴의 정도가 매우 심해 충분한 산소 공급이 안되면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게 된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폐혈관을 통해 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이다. 따라서 다른 감염 질환과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약물 투여를 통해 균의 전파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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