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스러움`에 대한 글로벌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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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스러움`에 대한 글로벌 시각

   
입력 2020-01-05 18:05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조국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검찰이 기소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새로운 혐의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는 아들의 시험문제를 조 전 장관 부부가 대신 풀어주었다는 혐의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2016년 10월 31일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시험문제를 촬영해서 보내주자 조 전 장관 부부는 이를 나눠서 풀고 아들에게 보내줬다는 것이다. 과목은 '민주주의에 대한 글로벌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조지워싱턴대학의 학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조국) 아들이 본 시험은 어떤 자료든 참고해서 보는 오픈북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부모가 도와줬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온라인 오픈북 시험에 부모가 개입됐다는 의심만으로도 기소한 것은 깜찍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오픈북 발언은 평가수단으로서 시험의 본질을 흐리게 하여 조 전 장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오픈북 시험은 제한된 시간 안에 책과 노트 등의 자료를 참조해서 시험을 보는 것. 때로는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응시자는 타인의 도움 없이 시험을 봐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부모가 대신 시험을 본다면 그것은 부모의 점수이지 자녀의 점수가 될 수 없다. 오픈북 시험에 개입했다는 증거로 조 전 장관을 기소한 것은 '깜찍'한 일이기는 하다. 이는 조 전 장관 혐의의 핵심사안이 아닌 곁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대학도 아니고 미국 대학의 업무방해까지 검찰이 고민한 것은 글로벌 오지랖인 셈이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에는 치밀한 노림수가 담겨있다. 즉, 검찰은 조국스러운 위선을 한꺼풀 더 벗기기 위해 대리시험을 증거로 내세웠다. 자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심한 아비"라던 조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더 떨어뜨렸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동안 조국 사태를 진보와 보수 진영 문제로 유도해왔다. 조국에 대한 수사를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세웠다. 조국을 마치 검찰개혁의 희생양처럼 묘사했다. 지난해 9월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조국은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조국을 때려 문재인 대통령을 멍들게 하자는 것이 저들의 작전"이라고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해 첫 주말인 4일 오후에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는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의 자녀 의혹에 대한 대학들의 조치를 유예시켰다. 실제 조국의 자녀들 의혹과 연루된 고려대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공주대 등에서는 여전히 어떤 결정도 못 내리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미적거리면서 정권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
엊그제 조지워싱턴대학 담당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이 시험에서 허가받지 않은 누군가나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상의했을 경우는 학문적 진실성(academic integrity) 위반행위로 처리한다"며 "한국 검찰이 (조 전 장관이 아들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한) 증거를 공유한다면 대학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고 그 학칙의 위반 여부는 대학이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대학보다 미국 대학에서 먼저 조사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내린다면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이는 기업의 실적이 좋은데도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것을 일컫는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불안요소와 지배구조의 후진성, 일부 경영인들의 부패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들로 꼽힌다. 조국 전 장관 자녀들의 대학입시 및 시험 비리는 향후 글로벌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인 고교생,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논문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딸처럼 부모 덕분에 무임승차한 것은 아닌지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다. 또 한국 유학생들의 시험과 리포트에도 외부의 도움이 있었는지 엄밀한 검증을 할 것이다.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을 무시하는 국가의 국민들에 대한 일종의 차별과 저평가, '코리언 디스카운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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