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왜 불편한 집에 살라고 강요하는가

메뉴열기 검색열기

[최종찬 칼럼] 왜 불편한 집에 살라고 강요하는가

   
입력 2020-01-06 18:31

최종찬 前건설교통부장관·㈔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최종찬 前건설교통부장관·㈔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 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격안정을 목표로 하는 강남 등 고가아파트 밀집 지역의 가격 상승폭이 크다. 정부의 아파트 가격 안정대책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규제로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수요 억제 대책만 있고 공급 증대 대책이 없다.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재산세 중과, 주택금융 억제 등 많으나 공급 대책은 신도시 추가건설 외에 특기할 만 것이 없다. 오히려 공급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곳은 교육, 교통 등 주거요건이 좋은 서울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건축한지 30~40년 된 노후주택이 많다. 이들을 재건축하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터인데 정부는 이들 지역의 재건축을 억제하고 인프라도 없고 수요도 적은 외곽 지역에 막대한 돈을 들여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는 이유는 재건축 대상 주택이 용적률 확대로 가격이 올라 인근 아파트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구조적으로 안전한 주택인 경우 재건축은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그러면 재건축은 어떤 기준으로 허용할 것인가? 재건축으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면 허용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낡고 불편한 주택 대신 편리한 새 주택을 선호 할 것이다. 그러나 용적률이 그대로이면 막대한 신축 비용으로 재건축은 어려울 것이므로 재건축이 되려면 용적률 확대는 불가피하다. 재건축이 되면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도시환경도 개선되어 공공의 이익이 증대한다. 다만 특정지역의 주택공급이 늘어나 인근 지역에 교통 혼잡을 초래하거나 용수 공급이 부족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면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개발이익은 개발 부담금으로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기준 외에 정부가 재건축 규제의 중요한 수단으로 아파트의 안전성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준공한지 30년이 경과하지 않은 아파트나 안전진단 결과 튼튼한 아파트는 재건축이 허용 안 된다. 최근 재건축 기준에서 안전성 비중을 높혀 많은 아파트가 안전성 기준 미달로 재건축이 허용 안 되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 규제 강화 방안으로 준공 후 30년을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한다고 한다. 낡은 아파트단지를 지나가다 보면 '축 안전진단 통과' 라는 현수막을 보는 경우가 있다. 상식적으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축하한다고 생각 하나 이 경우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축하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시 안전성 기준을 두는 이유는 한 마디로 아직 쓸 만한데 왜 부수는가? 자원낭비라는 것이다. 규제 이유가 정당한가? 옷, 가구 TV 등 가전제품들은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도 더 편리한 것을 추구하거나 유행에 따라 새것으로 바꾼다. 매년 버려지는 옷, 가구, 가전제품이 얼마나 많은가? 단독주택, 빌라, 빌딩도 안전성 진단과 상관없이 재건축이 허용된다. 현재 강남 테헤란로의 멀쩡한 대형 호텔을 헐고 재건축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수조원의 세금을 들여 신규로 국도, 고속도로, 철도 공사를 한다. 기존도로가 너무 불편하여 직선화 하고 몇 년 후 신규로 도로를 건설 한다. 신규 국도가 완공된 후 얼마되지 않아 더 빨리 가기 위해 인근에 고속도로를 건설한다. 그 결과 기존 도로는 교통량이 줄어 유휴화 되는 것이 현실이다. 도로 건설로 수 많은 농지, 산지가 해마다 훼손되고 있다. 이것은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건축물 폐자재에 비할 수 없는 자원 낭비 아닌가?

의식주 중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주택 문제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수도권의 주거요건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안정이다. 주택은 입지가 중요한데 이들 지역의 아파트공급 증대는 재개발이 유일한 대책이다. 안전성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 왜 불편한 집을 그대로 살라고 강요 하는가. 일본 도쿄, 미국 뉴욕 등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대부분 도시재생을 위해 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재건축을 활성화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건축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투명하고 정당한 논리로 규제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