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법이 法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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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법이 法다우려면

   
입력 2020-01-08 17:45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법이 지향하는 것은 정의(正義)다. 그런데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이 '정법'이고, 무엇이 '악법'인지에 대해 항상 혼란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처럼 법의 정당성에 대한 갈등이 극심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들 사이에 찬반의 대립을 견고한 벽처럼 쌓고 있다. 한편에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장하면서 무조건적인 찬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악법임을 주장하면서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기 일리가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나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내용이나, 새로 제정된 공수처법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서 타협점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예컨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되, 그 내용상의 문제점을 합리화하고, 공수처를 도입하되 비판받는 부분들은 개선함으로써 윈-윈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극단적 대립이었다. 여당을 비롯한 이른바 4+1 협의체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제정을 밀어붙였고,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불사하는 강경대응으로 맞서왔던 것이다. 그런데 여야는 정말 타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의 명분은 사표를 방지하고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의석배분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명분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만 남겼을 뿐, 내용은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비례대표의석을 배분함으로써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를 도입하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의도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정작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공수처의 구성방식이나 관할사건의 범위에 비해 너무 작은 조직규모 등은 애초의 의도와 모순적이다. 더욱이 검경수사권조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대부분 경찰로 넘기면서 동시에 공수처를 구성해 검찰개혁을 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제도 개혁이나 검찰개혁이라는 명분과 이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를 도입한다는 기본 방향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내용에 문제가 있고, 공수처의 구성이나 권한, 조직규모에 문제가 있다면 이 제도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국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구성하는 내용의 문제로 인해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도입된 제도는 오래 가지 못하고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내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야당 역시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안 된다고만 말해 왔다.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로 대립해왔던 것이다. 서로가 국민을 위해 찬성 또는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떤 것이 국민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지는 왜 설명하지 않고 있을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이런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어찌 법이 정의로울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법이 법 다우려면, 법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입법부인 국회가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제대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기능해야 법을 제대로 만들 수 있고, 법이 법다워야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와 법은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선순환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패스트트랙의 논의과정이 이전투구가 되었고, 그 결과로 탄생된 개정 공직선거법과 새로 제정된 공수처법이 악순환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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