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살포' 노인일자리만 역대 최대
경제 주축 40대 일자리 최대폭 마이너스
사실상 착시효과인데 정부는 자화자찬
"V자형 반등 성공" 홍남기 발언 논란
외화내빈 고용수치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 증가는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재정으로 노인 일자리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양질의 40대 일자리는 3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고용 개선은 민간주도형이 아닌 정부 세금으로 만든 한시적 일자리가 급증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화자찬도 논란 거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고용지표와 관련, "작년 취업자가 증가하고 고용률과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며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고용의 질은 악화 됐는데 수치만 놓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통계 분석결과를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15만4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1만6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5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연간 취업자 수는 271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1000명 증가했다. 작년 실업률은 3.8%로 전년과 동일했고 고용률은 60.9%로 22년 만에 최고였다.
외형적으로 보면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취업자 증가는 주로 60세 이상이 견인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수는 37만7000명으로 196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60∼64세 일자리는 15만 명, 65세 이상은 22만7000명이나 급증했다. 재정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는 주로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문화재 지킴이 등이 전부다. 정부 지원이 줄거나 끊기면 언제든 잃게 되는 불완전 일자리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반면 우리 경제의 주축인 30∼40대 일자리는 감소했다. 이 중 40대 취업자는 전년보다 16만2000명 감소하면서 1991년(26만6000명)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40대는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고용률도 떨어졌다. 작년 40대의 고용률은 78.4%로 전년(79.0%)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2018년 고용률도 전년(75.3%)보다 0.4% 하락했는데 결론적으로 2년 새 40대 고용률만 10%나 줄어든 것이다.
초단기 취업자 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30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1980년 통계 시작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반면 18∼35시간 취업자 수는 10만9000명 감소했고, 53시간 이상 근무자는 47만7000명 줄었다. 36∼52시간 취업자 수만 58만3000명 늘었다. 초단기 취업자 증가도 사실상 재정이 만든 일자리가 주류였다. 다만 음식·숙박이나 스포츠·예술 등의 산업에서도 증가추세를 보였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대 가운데 1∼17시간 취업자가 7만 명 증가했다"며 "주로 음식·숙박이나 스포츠·예술 등의 산업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용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고용시장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증가는 경제성장 기여도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됐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올해에도 노인 일자리 정책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25조8000억 원을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은 2016년 15조8000억 원, 2017년 17조1000억 원, 2018년 19조2000억 원, 2019년 23조5000억 원으로 매년 확대했다. 이 중 재정 노인 일자리는 74만개로 전년(61만개)보다 13만개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2019년 노인 일자리는 전년(51만개)보다 10만개 확대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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