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작품상 포함 6개 부문 최종 후보 올라
봉준호 "발표될 때마다 짜릿, 예상 못해 기뻐"
'기생충'이 연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페이지를 쓴 '기생충'이 이번엔 오스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각종 상을 휩쓸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봉준호(사진)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마저 들어 올릴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3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기생충'은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예비 후보에 오른 적은 있으나,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기생충'이 유일하다.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만약 상을 받으면, '기생충'은 유럽영화제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유럽과 북미 최고의 영화상을 석권하게 된다. 이미 작품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칸영화제에서 한 차례 상을 거머쥔 만큼, 대중성을 중시하는 아카데미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로 '기생충'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400만 달러(약 290억원), 전 세계적으로 1억 30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벌어들이는 등 좋은 흥행 성적을 보였다.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이 2017년 출연진 모두 흑인으로 이뤄진 '문라이트'에 작품상을 주고, 2019년 비영어권 영화인 '로마'에 감독상을 주는 등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다인종·다문화로 시선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가 '기생충' 수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계층 간 혹은 계층 내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인간애,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는 1008만 5394명을 동원하며 '괴물'(1301만 명, 2006)을 잇는 봉 감독의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이제는 아카데미상까지 넘보게 된 봉준호 감독은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하나하나 발표될 때마다 짜릿한 순간이었다"며 "처음 영화를 만들 때는 이런 순간까지 닥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흥분되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살면서 주변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많이 본다. 일상적, 체험적으로 알 수 있는 영역이라 친근하다. 그동안 부자와 가난한 자를 다룬 영화와 TV 시리즈가 많았다"면서 "스토리나 표현 방식이 새로워서인 것 같다. 스토리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기생충'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영화감독으로서 영예로운 일을 연이어 맞으며 봉 감독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낭보가 쏟아지고 있고, '기생충'의 TV 시리즈 제작도 결정됐다. '빅쇼트'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기생충'은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봉 감독의 기쁨의 미소가 오는 2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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