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거짓과 거짓의 투쟁

메뉴열기 검색열기

[양승함 칼럼] 거짓과 거짓의 투쟁

   
입력 2020-01-16 18:12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의 한국정치는 거짓과 거짓의 투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모름지기 싸움은 거짓과 진실의 게임으로 전개되기 마련이어서 어느 쪽이 이기든 진실 또는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순리이고, 또 정상인이라면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조국사태와 울산시장 지방선거 부정 의혹사건과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우려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는데 탈진실이란 사람들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개인적 감정이나 신념에 호소하여 여론을 형성하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소위 SNS를 통해서 가짜뉴스를 양산하여 진실을 왜곡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뜻밖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쳤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권의 언행은 탈진실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조국사태가 검찰을 개혁하려는 인사에 대한 표적수사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범죄 의혹 당사자를 '수호'하려 하고 있다. 여당의 총선 대비 영입 청년인사가 '관행'적으로 행해진 입시 비리 의혹을 침소봉대하여 수사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한 것을 보면 여권 지지자 중에 상당수가 인지 편향성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수뇌부 인사와 후속 조치는 현 정권의 자기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법 적용을 당부해 놓고는 막상 울산시장선거 부정 의혹 수사가 청와대로 향하니까 수사팀을 좌천시키는 행태는 그야말로 적폐의 잔재라고 아니할 수 없다. 법무장관에 취임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인사를 성급히 한 것을 보면 준비된 계획대로 집행한 것이 틀림없는데 굳이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을 어겼다고 강변하고 있다.


조국사태의 진실은 의혹받고 있는 범죄행위가 오래전부터 의도적으로 행해진 것이고 그 행위가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털어서 먼지 않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는 식의 논리나 검찰이 죄인으로 만들 목적으로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고 '알릴레오'식 논리를 전개한다면 이는 실로 범죄행위를 두둔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권이 강변과 궤변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일면 통하고 있는 것같이 보이는 것은 제1야당의 책임도 크다. 패스트트랙을 이유로 장외투쟁으로 일관하고 저속한 수준의 반정부 언행을 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당 지지도도 정체된 결과를 초래했다. 대통령 탄핵이나 '김정은 대리인' 등의 주장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의 범람 속에서 제시되고 선동정치만을 추구하는 것은 대안적 야당이 할 일이 아니다. 국회를 정상화하여 이성적 합리적 토론으로 정부 여당을 비판했어야 했다.

결국 야당의 전략부재가 여권으로하여금 진영논리에 의존하여 현 사태를 총선 때까지 끌고 가려는 전략을 세우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권심판의 기회인 4월 총선에서 검찰수사 결과가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 또는 지연시킴으로써 선거에서의 승리를 담보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총선 일자가 다가올수록 지지자들은 더욱 진영논리에 빠져들 것이고 현재 여당과 대통령 지지도와 정당 구도를 보면 승리가 확실시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한 번에 그치는 게임이 아니다. 당장 2년 뒤 치러질 대선도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중요시하지만 국민이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국가 사회의 발전이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정치인들의 수준보다 높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선거 때마다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념적 갈등에 피곤함을 느끼는 국민이 진영논리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진실이 외면당하고 거짓이 만연된 사회에 미래 희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