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대통령 경제인식은 誤導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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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대통령 경제인식은 誤導됐다

   
입력 2020-01-20 18:25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부정적 지표는 줄고 긍정적인 지표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가 좋아지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 선방했다"고도 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은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었는데 원상회복돼야 하며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래도 희망 섞인 경제 진단과 처방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을 이해못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수백 만의 자영업자들, 26개월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30·40세대의 새로운 실업자들, 다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3포 세대'가 되고 있는 20대들, 2015년 전체가구의 67.9%에서 2019년 58.3%까지 급락한 중산층들, 그리고 지난해 서울에서 재산세가 30%까지 오른 30만 가구의 가구주들을 떠올려보면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하지 말았어야 할 간담회였다.

간담회를 보며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청와대의 참모진이나 경제부처에서 대통령의 인식을 지독하게 오도시키거나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참모진들은 '나아지고 있다고 보이는 지표'만을 보고하며 경기낙관론을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의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8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하락해 기준점(100)밑인 99에 머무르고 있다.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3개월 연속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도 실질경제성장률이 2.0%로 추계된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계치의 하한선을 2.5%로 보더라도 우리 경제는 (-) 0.5%포인트 잠재성장률 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L자 형' 불황속에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체감경기와 실물경기지표는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설연휴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년보다 악화되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70.1%인데 반해 개선됐다는 기업은 3%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경제정책이론에는 '부산물적 왜곡효과'(by-product distortion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정부는 특정계층이나 특정산업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시혜성 정책을 실시하지만 그 결과 부산물적으로 창출되는 시장왜곡효과가 당초 의도한 정책 효과를 상쇄시켜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현 정부가 도입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소득하위계층을 지원하기위해 시도된 최저임금 과속인상과 획일적 주 52시간근로제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소득감소라는 부산물적 왜곡효과를 창출했다. 결국 소득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부동산보유세가 인상되면서 30~50세대의 실업증가로 실질소득은 급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15억원 이상의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지정책과 전세대출 보증제한조치 등으로 현금부자만이 부동산거래를 할 수 있고 그들의 투기만 조장시키는 최악의 시장왜곡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정부가 환경개선을 위해서 도입했다고 주장해온 원전포기 정책은 이미 독일의 경우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대체에너지들에 의한 새로운 환경오염이 창출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창출된 소득 없는 분배소득의 배분에만 의존할 때는 위에 예를 든 것과 같이 당초 정부가 비록 선의를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라도 부산물적 왜곡효과로 정책효과는 잠식당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임기 절반을 지났고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이라고 하더라도 경제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이렇게 왜곡된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가 'L자 불황'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정책대안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몽상적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민간투자 주도성장'으로 정책기조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L자형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현실경제에 대한 인식부터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 중심 정치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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