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단계 무역합의도 차질
사태 장기화땐 금융리스크 ↑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유행으로 중국 경제가 17년 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교역국의 피해도 막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도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의 타격은 올해 1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장밍(張明) 연구원은 최근 1분기 성장률이 이전의 전망치보다 1% 포인트 정도 떨어져 5%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 연구원은 "신종코로나의 경제적 영향이 2002∼2003년의 사스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2위 경제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사스 당시보다 소비와 서비스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는 70%가 넘는다.
장 연구원의 전망은 신종 코로나 유행이 2월 초·중순 절정에 달했다가 3월에 끝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제적 타격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의 6%보다 보다 2% 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전문 연구기관 플리넘은 "1분기 성장률이 4%포인트 급락한 2%대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이 최대 1% 포인트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중국 국책연구원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6% 안팎'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종코로나가 올해 중국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1.2% 포인트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29년만에 최저인 6.1%까지 떨어진 성장률이 올해는 5%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의 글로벌 타격 역시 사스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사스의 글로벌 경제 타격을 40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추산했던 워릭 맥키빈 호주 국립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피해가 사스의 3∼4배에 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IMF는 중국인 해외여행 감소, 중국의 수출과 대내 경제활동 둔화 등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지역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권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과 가장 밀접한 홍콩의 1분기 성장률이 이번 사태로 애초 전망치보다 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의 1분기 성장률 하락 영향이 0.4%포인트로 그다음이며 일본, 독일은 각각 0.2% 포인트, 미국은 0.1%포인트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양국이 서명 행사까지 마친 1단계 무역합의 이행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양국이 서명한 합의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서 농산물, 에너지 등 20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2년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수요 감소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소니 퍼듀 미 농무부 장관도 "중국이 올해 구매하기로 한 목표에 제약이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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