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칼럼] WHO개혁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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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WHO개혁 화급하다

   
입력 2020-02-03 19:45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30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틀 전인 28일 미 국무부는 중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조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 게브레예수스(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를 통해 보도된 장면을 보면, 중국 국민들의 목숨과 건강 보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으며, 전염병 차단을 위해 자신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시 주석이 발언하자, WHO 사무총장은 중국의 여러 가지 조치와 시 주석의 정치적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우한 폐렴'이 사람 간에도 전염이 이루어지고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알려지자, 저우센왕 우한시 시장은 27일 CCTV와 인터뷰에서 우한시 폐쇄 조치 전에 500만명이 우한시를 떠났다고 언급했고, 전염병 관리에 실책을 인정하며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지방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실토했다.

허난성(河南省) 정저우시와 함께 우한시는 중국 중원의 교통 중심지이다. 상하이 등 중국 서남방으로 연결되는 고속철의 출발지이고, 중국 각지와 해외에서 유학온 대학생이 2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대이동이 있는 시기였고 그동안 쉬쉬하던 전염병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탈(脫)우한을 시도했다. 더구나 비상사태로 도시를 폐쇄할 경우 군사작전과 같이 폐쇄사실을 기밀에 붙이고 전격적인 작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8시간 후 폐쇄를 공개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많은 시민들이 서둘러 탈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했다.

전염병 위험으로 천만명 도시를 봉쇄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WHO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서 WHO가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WHO 비상사태는 전염병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어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고,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공조가 필요할 때 선언하도록 2005년 확립된 국제보건규정(IHR)에 명시되어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6번째 비상사태 선언이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전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언했음을 강조했다.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고 1만명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전세계로 확산되었음에도 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아 늦장대응 빈축을 받아왔음에도 사무총장은 중국 눈치보기에 바빴다. 비상사태 선언이 중국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제 공중보건 관리보다는 중국을 더 의식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심지어 "중국을 칭찬하고 또 칭찬하고 싶습니다. 중국의 조치들은 전염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더구나 국제적인 여행과 국제무역에 대한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비상사태 발표 다음 날 미국 이탈리아 베트남 등 다수 국가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지하거나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를 발표함으로써 국제기구 수장으로서의 체면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이러한 정황으로 게브레예수스가 중국의 지원으로 WHO 사무총장이 된 배경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게브레예수스는 비의료인임에도 중국인 마거릿 챈 사무총장 후임으로 2017년 WHO 사무총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지역 등 많은 개도국에게 자금(ODA)을 제공하여 게브레예수스 선거를 도왔기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출신이 WHO를 이끌게 되었다.

중국과 같이 세계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국제기구 수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국익 때문이다. 게브레예수스의 중국 두둔에서 보듯이, 어려울 때 백기사를 자처할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WHO의 위상이 약화되고 향후 활동에 족쇄가 될 수 밖에 없다. 3년전 빌 게이츠는 "바이러스로 10억 명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으로 있을 변종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관료주의에 빠진 WHO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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