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
작년 윤이상콩쿠르서 최연소 1위
유네스코 음악창의특별상 등 3관왕
"음악이 좋아 한길 걸었는데 큰영광
예고 진학보다 더 깊은 공부 선택"
월간 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지난해 11월, 만 15세의 어린 피아니스트가 전한 소식이 통영을 넘어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들썩이게 했다. 피아노 부문으로 개최된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였던 임윤찬(사진)이 국내외 쟁쟁한 참가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그는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과 박성용영재특별상까지 무려 3관왕을 차지했다.
11월 2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파이널 무대 당일, 콩쿠르에서 제공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앞선 본선 1·2차 무대에서부터 폭넓은 레퍼토리와 각각의 음악을 해석하고 소화해 내는 뛰어난 음악성, 그리고 집중력 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주었던 임윤찬의 마지막 연주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선택한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오케스트라의 도입부에 이어 피아노의 시작을 알리는 c단조 스케일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30여 분의 시간 동안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으로 가득했던 임윤찬의 단단한 음악은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명실공히 미래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갈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임윤찬. 아직 부끄럼 가득한 목소리의 앳된 소년이지만, 자신의 꿈과 포부를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보내온 답변에는 반짝이는 생각과 마음이 힘차게 진동했다.
◇시작
어린 시절, 온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기만 하다 7살에 처음 다니게 된 학원이 바로 동네 피아노 학원이었다. 악기를 한 가지 다룰 수 있다면 음악을 통해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롭고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어머니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TV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 오디션을 보았고, 이곳에 다니면서부터 클래식 음악에 더욱 푹 빠지게 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그저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꿈꾸게 된 것 같다.
◇ 나의 스승, 나의 우상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만난 손민수 선생님은 나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주신 나의 영웅이자 또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피아니스트이다. 작곡가의 삶을 그대로 흡수해 버린 듯한 선생님의 연주에 항상 매료되곤 한다. 내 음악적 감각을 높이 끌어올려 주신 것은 물론, 항상 즐겁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 선생님은 작품의 캐릭터나 분위기 등을 잘 알고 표현하는 것을 가장 강조하시는데, 결국 음악은 생명력이 있어야 감동도 오기 때문에 연습할 때 작품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최연소 우승
스스로 아쉬움 없는 연주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결선까지 올라간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은 꿈만 같더라. 부족한 내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겁도 났지만, 동시에 음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며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다. 콩쿠르 기간 중 연습실에 있다 보면 다른 참가자의 피아노 소리도 다 들을 수 있었는데, 대단한 레퍼토리에 출중한 실력까지, 그 소리들이 온전히 내 귀에 꽂혀서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이때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들으며 이겨냈고. 콩쿠르에서 들은 심사평 중 내가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연주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는 칭찬의 의미만 담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 음악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감이 되는 작곡가
바흐, 베토벤, 쇼팽,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을 좋아한다. 누구보다도 화성을 잘 이해했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그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까지 손민수 선생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보면서 베토벤의 유머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사랑과 고뇌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18번에서 음표 하나하나에 담긴 캐릭터와 유머가 감동적이었다. 쇼팽도 너무나 좋아한다. 내가 처음 클래식에 입문했을 때 들었던 곡이 바로 쇼팽 스케르초 2번인데, 피아노를 친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라면 반드시 존경해야 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우선 연주 실력이 기가 막힌데, 그의 쇼팽 소나타 2번 연주는 너무나 전설적이라서 연주하기가 겁날 정도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그 자신보다 잘 연주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스크랴빈은 2014년 예브게니 키신의 독주회에서 알게 되었다. 키신이 연주하는 소나타 2번과 연습곡 op.8을 듣고 바로 스크랴빈의 광팬이 되었다. 이후 내 첫 국제콩쿠르였던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에서도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을 연주했다. 스크랴빈은 초기와 후기 작품의 스타일이 매우 다른데, 초기작에는 쇼팽의 향수가 굉장히 강하지만, 작품번호 50이 넘어갈수록 자신만의 세계가 점점 강해진다. 특히 소나타 7번과 9번은 기가 막힌다. 틈틈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을 좋아하고, 한국가요 중에서는 유재하, 김현식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
독주회 레퍼토리를 구성해 보는 게 취미인데 지금은 전곡연주 프로그램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당장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면 1, 2부에 각각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op.39 전곡을 연주하거나, 바흐 '푸가의 기법' 1·4번과 '프랑스 서곡', 베토벤 소나타 '하머클라비어'로 구성한 공연이다. 예술가라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바흐 평균율 전곡 연주는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 꼭 도전해 보고 싶다.
◇ 임윤찬이 꿈꾸는 임윤찬
연주에는 음악가로서 살아온 인생이 모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음악가가 되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라면 새로운 곡을 찾아 계속 공부하면서 세상의 모든 레퍼토리를 정복하고 싶다. 피아니스트 피터 제르킨, 다닐 트리포노프, 러셀 셔먼처럼 말이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음악적인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예고에 진학하지 않기로 했다. 전적으로 내 결정인데 부모님도 흔쾌히 지지해 주셨다. 악보를 읽다 보면 음악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은데 작품과 관련된 작곡가의 서적이나 다양한 문학 서적, 특히 고전소설을 많이 읽고 공부할 계획이다. 올 한 해 동안에는 협주곡 등 정말 많은 레퍼토리를 배우고 싶다.
글=이미라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04경기 시흥 출생
2015금호영재콘서트 데뷔
2017예원학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입학
2018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 2위 및 쇼팽특별상, 쿠퍼 콩쿠르 최연소 3위 및 관객상
2019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최연소 1위 및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 박성용영재특별상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