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佛교수 "富의 초집중 現경제시스템 바꿔야"

김광태기자 ┗ [DT현장] 중국의 비극과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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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佛교수 "富의 초집중 現경제시스템 바꿔야"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0-02-09 18:39

'자본과 이데올로기' 출간 기념 LSE서 강연
"세제 통해 재산축적 합리적 제한 필요"
모두에 부대물림 해법으로 세제 제시


6일(현지시간)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런던 정치 경제 대학(LSE)에서 열린 '자본과 이데올로기' 영문판 출간 기념 강연에서 청중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신작을 출간한 피케티는 이날 "영문판을 출간하면서 처음 하는 대중 강연"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기후 위기, 금융 위기, 사회 위기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작동 중인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사진) 파리경제학교(PSE)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And Ideology) 영문판 출간을 기념해 모교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열린 대중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피케티는 "'모두에게 부를 대물림'(inheritance for all)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나아가야 한다"며 조세 정책을 주요 해법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세, 재산세 등 세제를 통해 개인의 재산축적을 합리적인 선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최상위 계층에 부가 급격히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가 단기간에 사유화를 겪으면서 이른바 올리가르히(oligarchy)로 불리는 소수의 신흥재벌만이 큰 혜택을 봤다고 지적했다.

피케티는 개혁 개방 이후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때 '만인의 평등'을 주장했던 이들 국가에서 상속세와 같은 공정한 조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이 피케티의 진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감소했던 시기에 이같은 변화를 주도했던 국가들을 살펴보면 조세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피케티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가 세금을 올렸다"면서 "특히 미국은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최상위 소득세율을 아주 아주 높게(very very high)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30~1980년대 미국 평균 최고 소득세율이 80%가 넘었는데, 이 시기 미국 경제의 성장률과 생산성 역시 매우 높았다"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결코 높은 세율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망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피케티는 "물론 단순히 세금 때문에 성장률이 올라갔다는 것이 아니라 재정이 견고해지면서 공공부문과 인프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었고 결국 이 모든 것이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리적인 선에서 사유재산을 가져야 하지만 재산이 과도하게 집중돼서는 안된다"면서 "부의 초집중(hyper-concentration)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광범위한 그룹의 폭넓은 경제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케티는 자신의 신간에서 최대 90%의 부유세 및 상속세율을 통해 부를 거둬들인 뒤, 25세 청년에게 12만 유로(약 1억6000만원)의 재정적 지원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청년층이 개인적이고 전문가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육의 공정성'(educational justice), '재산 소유자와 노동자의 권리의 균형' 등을 강조했다.

주주가 얼마나 많은 주식을 보유했는지와 관계없이 의결권을 10%로 제한하고, 이사회 절반을 노동자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 피케티의 생각이다. 아울러 그는 "명백한 사회적·재정적 공정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재화나 서비스, 자본의 자유로운 교환도 조건에 따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통의 규제나 과세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의 자유로운 순환이 진짜 문제라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케티는 부유세와 주식 의결권 제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제한 등 자신의 주장이 실현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과 같이 "전혀 급진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규제 완화를 옹호하기 전까지 이같은 정책이 광범위한 컨센서스를 이루던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케티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불평등이 결정론적인 게 아니라는 그는 "정치 결집(political mobilization)에 의해서도 변화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많이 있었다"면서 "경제적으로 비교적 평등했던 시기가 미래에도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만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참여 사회주의'(participatory socialism) 혹은 '21세기 사회 민주주의'(social democracy for 21st century)가 필요하며, 이른 시일 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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