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범죄연루 정치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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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범죄연루 정치인 `전성시대`

   
입력 2020-02-09 18:39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일단락되었다.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의 정무수석비서관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사회수석비서관실, 균형발전비서관실 등이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통령의 핵심 보좌진들의 선거 개입행위는 매우 심각한 범죄로 4월 15일 총선 이후 검찰수사 재개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에서 먼저 언급된 인물은 송철호 울산시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경남의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꼽히는 그는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토착 비리세력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 시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표적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드루킹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민선 7기 광역시·도지사로서는 3번째 기소다. 2020년 1월 경기·경남·울산의 거주인구는 모두 1775만 8749명, 대한민국 총인구 5184만 7509명 중 34.25%를 차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국민 3명 중 1명의 행정을 담당하는 대표자들이 범죄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거나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검찰수사에 대해 "왜곡·짜맞추기 수사"라며 "독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 삼아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방식"이라고 반발했다. 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수사를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된 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을 '전지적 검찰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서 증거도 없이 임의로 내용을 만들거나 조작해서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검찰이 사건의 당사자나 목격자가 아니기에 100% 진실을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와 진술들을 갖고 현 시점에서 진실에 가장 가까운 내용을 담아 공소장을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친구와 보좌진들의 정치적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라, 이들이 검찰의 기소를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 송 시장과 함께 기소된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은 검찰 기소를 개의치 않고 오는 4·15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전북 익산을에서 출마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과 재대결을 할 예정이다. 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경기 시흥갑 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현재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4월 총선의 민주당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역시 고향인 대전에서 출마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29일과 30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입후보자 교육연수에 참석하는 등 총선 행보를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법을 무시하거나 법 위에 군림하는 행위다. 당사자로서는 법원에 의해 형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억울함을 주장할 수 있다. 법원에서 다툼의 여지 또한 충분히 있다. 하지만 범죄 혐의자들의 선거출마는 선량한 국민들의 투표행위를 방해하는 것이 된다. 설사 이들이 당선되더라도 임기 동안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하기보다는 법원에서 자신의 혐의 방어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법 위의 군림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의 경우에도 발견된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줬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사퇴 대신 검찰이 '기소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맹비난하였다. 이런 행태들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말처럼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움직임"일 수도 있다. 정치가 점차 뻔뻔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면서 범죄연루 정치인들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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