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휩쓴 `K무비`… 奉파워·기업 전폭 지원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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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휩쓴 `K무비`… 奉파워·기업 전폭 지원 시너지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0-02-10 18:52

이재현 CJ회장 콘텐츠 각별 관심
CJ ENM이 투자·배급 맡으며
예산·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등
국내외 마케팅 전방위 지원사격
"적극적 지지해준 남동생에 감사"
이미경 부회장 수상소감도 주목





마침내 꿈이 현실이 됐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소년은 마침내 세계 영화산업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그것도 한꺼번에 4개나 품에 안았다.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개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각종 영화제 수상은 물론 평단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전 세계 영화역사에서 봉준호처럼 영화제 수상과 흥행, 비평에서 모두 성공한 감독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톱 감독이 됐다"며 봉 감독의 오스카상 4관왕 등극에 대한 의미를 평했다.

강유정 평론가도 "봉 감독은 이미 미국 주류 영화계 일원으로 인식됐다"면서 "특히 그의 작품은 새롭고 낯설고 신선해서 대단히 많은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며, 몸값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1년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봉 감독의 할리우드 신화 탄생엔 뛰어난 작품과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상을 선정하는 8400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 잡기에도 있었다.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면 예산과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등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기생충'은 투자 배급을 맡은 CJ ENM과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이 나섰다.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CJ ENM이 전체 캠페인 전략을 총괄하고, 네온은 북미 프로모션을 맡았다.

이재현 회장은 평소 "좋은 콘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히며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독려해왔다.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과 문화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생충'을 칸영화제부터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참석한 이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시상식 무대에 직접 올라 소감을 말했다. 그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2017년 창립한 신생 회사지만, 그해 '아이, 토냐'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배출했다. '제미니', '보리 vs 매켄로', '불타는 여인의 초상'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의 북미 배급도 담당했다. 캠페인 기간 공식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로고를 패러디해 봉 감독 이름을 새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제시카송'을 게재하는 등 재치 넘치는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

네온 설립자이자 CEO인 톰 퀸은 과거 미국 중견 배급사인 매그놀리아에 몸담을 때부터 봉 감독과 일했고, 봉 감독 영화 7편 가운데 '설국열차'를 포함해 5편을 미국에 배급했다.

오스카 캠페인은 결국 '돈 잔치'다.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제작자조합(PGA) 등 미국 영화계 주요 직능단체를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고 고급 호텔을 빌려 리셉션과 파티 등도 열어야 한다. 통상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오스카 캠페인에 2000만∼3000만 달러(358억원)를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넷플릭스 '로마'도 최소 2500만달러(298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 북미 수익은 9일 기준 3437만 달러(410억 원)이며, 전체 글로벌 수익은 1억6426만달러(1960억원)에 이른다. '기생충'은 지난 7일 영국 내 100개 관에서 개봉했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북미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유효하고 확실하게 검증된 방법이 바로 오스카 캠페인"이라며 "오스카 후보 지명을 기점으로 북미에서 화제가 되면서 북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생충' 관람이 재점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캠페인 비용은 결국 흥행을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이라는 것이다.

'기생충'이 오스카상 4관왕을 차지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기생충'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ABC 방송이 생중계하는 오스카 시상식은 미 전역에서만 약 3000만명이 시청하며, 전 세계에 방영됐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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