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감염` 안 되려면 잠들지 말라

이규화기자 ┗ [고견을 듣는다] "기본소득, 공산당 같은 소리… 양극화 해소·국가발전 도움 안돼"

메뉴열기 검색열기

[이규화 칼럼] `감염` 안 되려면 잠들지 말라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2-11 20:24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처음 SNS에 알리고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숨진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추모하는 열기가 중국을 달구고 있다. 그가 마지막 남긴 유언을 중국인은 애도시로 읊는다. "내 묘지명은 이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다.'" 그가 신종코로나의 진실을 알렸음에도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공안에 끌려가 고초를 당한 데에 중국 인민은 분노하고 있다. 그가 작년 위험을 경고했을 때 당국이 조기에 조치를 취했다면 현재와 같은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원성의 최종 타깃은 점점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향하고 있다. 저명한 지식인 쉬즈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모델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노골적으로 시 주석을 비판했다고 한다.


우한폐렴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조기에 잡을 수 있었던 병을 쉬쉬하며 숨기는 바람에 키운 것으로 보인다. 천재가 아닌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을 중국 인민들은 리원량의 죽음으로 실감하게 됐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는 삽시간에 6억7000만 건의 조회를 기록됐다고 한다.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댓글에는 수백만 건이 조회됐다. 물론 그 글들은 바로 삭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리원량의 애도 물결에 어떤 모티브가 작동하기만 하면 1989년 4월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 일어난 천안문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한대 진첸홍 교수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지금 시진핑은 2013년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 중국이 자유화, 민주화, 탈권위로 갈 것으로 기대했던 세계 자유진영의 희망을 시진핑은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시대를 거스르는 권위주의 독재와 민족사회주의로 달려가고 있다. 아무리 잘 통제된 사회라도 국민이 정권의 정당성에 의심을 품게 되면 권력을 보존할 수 없다. 정치적 욕구를 제약 당하고 획일화된 사상을 강요당한 전체주의 독재국가 민중의 반발력은 억압된 만큼 자유민주국가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베를린장벽 붕괴과정을 보라. 강고하던 리비아 가다피도 재스민 혁명으로 일거에 무너졌다. 철권통치 차우셰스쿠도 봉기한 국민을 무력 진압하려다 결국 총구를 거꾸로 맞고 말았다.



중국 일당 지도자들이 두려워하는 일도 인민의 뇌리에 주입한 공산당 바이러스가 어떤 촉발제에 의해 깨어나는 것이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본의든 아니든 자신들이 흩뿌려 놓은 두 가지 바이러스로 예측 못할 상황을 맞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는 머잖아 잡힐 것이다. 그러나 인민의 뇌리에서 공산바이러스가 언제 벗어날지 모른다. 영화 인베이젼(invasion)을 보면 주인공이 자아를 상실케 하는 외계 바이러스에 대항해 잠을 안 자려고 무진 애를 쓴다. 엄마는 아들에게 잠이 들려고 하면 내려치라고까지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아분별력을 상실하니 획일적 통일을 이루게 돼 아무런 이견과 갈등도 없는 상태가 된다. 경제적 필요가 어느정도 충족되고 민족적 자부심이 고양되면 공산당 일당 독재가 정당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지난 70년 중공(中共)의 생각은 착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우한 바이러스를 아직은 잘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바이러스에는 방역망이 뚫려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개인을 무시하는 집단주의, 결과적 평등을 주장하고 자유와 경쟁을 등한시하는 문화,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고 믿는 정서가 팽배하다. 대중영합적 복지와 급진적 사상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정치인 등 전체주의 바이러스가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원량이 유언장에서 말한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이다. 눈 감고 입을 닫으면 바이러스가 확산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