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의 실천은 개헌… 총선 이후 1年 `분권형 개헌` 골든타임" [이상수 前노동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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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의 실천은 개헌… 총선 이후 1年 `분권형 개헌` 골든타임" [이상수 前노동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2-13 20:14

권력 잡을때, 쓸때 필요한 사람 따로 있어, 능력 갖춘 인재 골고루 섞어 등용해야
'국민발안권' 회복이 급선무… 본격적 국민운동으로 연결되면 정치권도 긴장할 것
정치인의 사고는 치우치지 않고 유연해야… 결국 극단주의가 민주주의 해치게돼


이상수 변호사·前노동부장관·3선 국회의원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상수 변호사·前노동부장관·3선 국회의원


이상수 전 장관은 2017년 개헌 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자유를 삭제한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아니었다고 한다. 개헌특위 민간자문위의 의견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오인됐다는 것. 그러면서 개헌 논의는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듯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개헌 제안이 실패로 끝난 것은 이념 논란도 있었지만 청와대가 과연 개헌의 진정성이 있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헌법 개정을 진정 하려고 했다면 시간을 갖고 제대로 준비했어야 하는데, 조급증이 느껴졌어요. 면피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 시점에서 헌법개정은 정파간 권력 나눠먹기 담합으로 비칠 우려는 없나요.

"'촛불'을 '혁명'이라고 한다면, 촛불혁명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거든요.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에 그것을 실천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인적 청산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제도를 바꾸는 일은 못했어요. 제도를 바꿔야 적폐청산이 되는 것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검찰개혁, 선거법 개정을 했지만 이것은 여러 가지 계기가 있어 된 것이고, 진짜를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돼요. 집이 무너지려고 하는데 기둥이나 대들보를 제대로 세워야지 서까래 갈아서 뭐합니까? 헌법 개정을 제대로 해서 권력을 나누고 분점해서 행사하게 해야지만 극한 대립을 않고 오히려 담합도 안 하게 됩니다."

-정치의 극한 대립을 완화할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말씀인가요.

"하나 비근한 예를 든다면요, 내가 이재오 총무하고 원내총무를 할 때 얘깁니다. 그때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져가지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절치부심할 때입니다. 그런데, 협상을 해보면 이재오 총무가 모든 협상에서 결정하는데 키가 있어요, 그게 다음 선거입니다. 이걸 받으면 우리가 다음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 그렇게 보는 겁니다. 민생은 그 다음이에요. 정치인이 다음 선거를 의식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다음 선거에 지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겁니다. 모든 국회활동이 다음 선거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빗대어 하는 말이 '국회? 민생의 토론장? 좋아하네. 국회는 다음 선거를 위한 베이스캠프에 불과해'라고 하는 겁니다. 서로가 적입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하고 싸우는 거예요. 예컨대, 권력을 이긴 사람이 60% 갖고 진 사람도 한 40%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면 이렇게는 안 싸울 겁니다. 양보고 하고 정책대안도 제시하고. 그런데 지면 100% 잃는 겁니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겁니다. 이 싸움을 멈추는 방법도 헌법개정이라는 겁니다. 권력을 나눠 갖는다는 것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우선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는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헌법개정 움직임은 줄곧 있어 왔는데 왜 안 됐다고 보십니까.

"헌법개정을 얘기하면 모두가 해야 된다는 데는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개헌특위까지 만들어서 활동에 들어가면 서로 입장만 확인하지 차이를 좁히지 못해요. 이런 말이 있어요. '개헌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다.' 그럼 타협을 해야 돼요. 무엇이 시대정신인지 따지고 합의해 만들어 내는 것이 헌법이거든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타협의 산물입니다.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타협을 해야 하는데, 타협을 안 해요, 확인만 해요. 더 이상 대화가 없어요. 안 된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그런 전례를 답습하지 않아야 하잖아요.

"지난 3년 동안 허송세월을 해왔는데, 우리가 느끼는 바로는 일반적인 기본권 조항 같은 것은 타협이 되는데, 권력구조에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이해당사자가 해서는 안 되겠다, 제3자인 국민이 제시해서 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헌법 개정을 미루지 말고 반드시 하라는 의미에서, 또 국민이 원하는 헌법개정을 하기 위해서 국민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찾아오자는 생각을 한 겁니다. 유신헌법 전에는 국민이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었어요. 국회의원과 국민이 같이 발의할 수 있었어요. 유신헌법 때부터 국민이 빠져버리고 국회와 대통령이 할 수 있게 돼버렸어요. 그래서 이것을 찾아오자고 하는 겁니다."

-국민이 발의할 수 있도록 하자면 그것도 개헌 사항인데요.

"개헌 골든타임이 이번 총선 끝나고 나서 5월부터 한 1년여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도 적기이지만 정치인이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게 없어요. 또 된다고 하더라고 이번 무더기 선거법처럼 될 수 있어요. 제대로 할려면 국민이 헌법개정 발의권을 찾아오고, 찾아온 다음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헌법개정 발의권을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쳐 미리 해놓자는 겁니다. 이것이 1차 헌법개정이고 다음 총선 후에 하는 것이 2차 헌법개정이 되는 겁니다. 1차 헌법개정은 2차 헌법개정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 거지요."

-그 작업이 지금 진행 중인가요.

"총선 전에 국회의원 150명이 헌법 국민발안권을 발의한 후 국회가 의결해주고 그것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키면 총선 끝나고 나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 운동이 본격화되는 겁니다. 국민 헙법개정 발안권을 갖는 원포인트 개헌인 셈이지요. 87년 개헌 이후 원포인트 개헌 움직임이 있었어요. 총리만 국회에서 선출하는 원포인트 개헌 움직임도 있었잖아요. 문제는 150명이 발의를 해야 할 텐데 그 시기가 2020년 3월 10일까지는 해야 돼요. 그 때 발의가 되면 20일 동안 대통령이 공고한 후 3월 20일이나 25일쯤 국회에서 의결합니다. 국민투표를 위해 공고를 해야 하니까 4월 15일 맞춰서 헌법개정을 할 수 있어요."

-국회 발의와 의결이 현재와 같은 여야 대치국면에서 가능할까요.

"한국당도 크게 거부하지 않을 거로 봅니다. 이른바 '4+1'를 말할 때 그 '4'들도 사실상 반대 안 해요. 제일 어려운 것은 혹시 민주당이 아닐까 합니다. 민주당은 자기들의 현재 상황이 좋다고 보고, 약간의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현재의 제도를 안착시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어요. 지금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반대할 수 있어요. 민주당 안에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 개정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가 150명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민주당이 좀 힘들다 하면 더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날 겁니다. 오늘도 약속이 돼 있어요. 2시부터 강창일 의원부터 만날 약속이 있어요. 이미 개헌 청원을 하겠다니까 이주영 헌법개정특별위원장, 여상규 법사위원장, 천정배, 김무성 의원 등이 참여를 해줬습니다. 그런 분들이 한 20명 됩니다. 이 분들이 개헌 청원의 후견인이 돼주겠다고 해요. 그래서 그러지 말고 당신들이 이번 개정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서 그를 중심으로 150명 채워 3월 초에 발의하면 된다고 했어요. 그때 여론화가 된 상태에서 민주당이 주저한다면 국민들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죠."

-개헌 국민발안권을 보장하면 헌법 개정 시도가 자주 일어나고 헌법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건 아닌가요.

"민주제에 직접민주제와 대의민주제가 있잖아요.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직접민주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보는 겁니다. 보완하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지 지나친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위험성을 알고 있어요. 대의제 민주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개헌발의권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률도 국민이 발안해 입법화하는 제도가 있어요. 우리는 채택 않고 있지만. 국민이 법률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올렸다가 부결되면 국민투표에 부치는 조항도 있어요. 가령 선거법을 보세요,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불리한 선거법 개정은 않잖아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내고 부결되면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키는 겁니다."

-직접 민주제에 대한 거부감이 보수층에서 상당한데요.

"물론 법률 발안권이나 국민소환제 등 강력한 직접 민주주의 요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개헌 국민발안권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면, 국민 발안 개헌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다시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직접민주제 옹호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 발의 개헌안도 최종 의결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온건한 입장이 대다수입니다. 나는 이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150명의 국회의원 발의는 가능하더라도 재적 3분의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각 당에 크로스보팅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려고 해요. 또 낙선 및 당선 운동을 펴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일일이 가부 여부를 물을 겁니다. 답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답하지 않으면 F학점, 답은 하는데 찬성한다고 한다면 A점, 이렇게 성향을 분석해 일정한 학점이 안 되면 낙선 운동, 일정 학점 이상이면 당선 운동을 펼 겁니다.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았는데, 개별적으로 지역구에 현수막 걸어놓고 하면 안 되지만 신문에 광고로 하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국민투표까지 부쳐진다면 통과는 낙관하시나요.

"지금 25개 단체를 결합시켰어요. 경실련을 비롯해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들어왔어요. 노총이 들어온 것은 큰 성과다, 앞으로 본 헌법 개정 할 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차 개헌이 통과되고 2차 개헌을 위한 스케줄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국회에서 개헌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개헌을 할 수 있게 됐으니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개헌에 대한 압박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지요. 국회가 안 하면 국민이 하게 되니까."

-2017년 청와대가 개헌을 제안했을 때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이 헌법 전문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라는 구절에서 '자유'를 삭제한 건데요, 앞으로 전개될 개헌 논의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대통령의 견해에는 처음에 자유민주주의는 그대로 있었어요. 그런데 자유민주의에서 자유를 빼자고 하는 견해가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회 안으로 나온 겁니다. 우선 자유라는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서는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 등이 핵심적 가치이고 뺄 수가 없는 겁니다. 일부 사람들이 자유를 빼자고 하는 것은 '자유'가 나중 개헌 할 때 중간에 들어갔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마 유신헌법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자유가 들어간 것은 저쪽 공산주의, 인민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고취하자는 의미에서 자유를 강조하며 들어간 겁니다. 자유가 안 들어가도 민주주의는 자유가 핵심이에요. 또 너무 자유를 강조해 이른바 '보수적인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것도 경계한 겁니다. 평등도 중요하니까 그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크게 묶자는 견해가 나온 겁니다. 나는 반대로 이제 우리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한다면 굳이 빼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그대로 둬야 한다고 봅니다. 불협화음을 일으킬 이유가 뭐 있느냐 말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약속했는데, 얼마 전 국민과 대화 자리에서는 대통령이 하기에는 이제 동력이 떨어졌다고 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정말 하고 싶은지는 의문이에요. 당시 발표한 내용도 보면 졸속하게 만든 것 같아요. 심하게 얘기하면 면피용으로 '내가 개헌을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는 면피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여요. 정말 정성을 다해 헌법 개정을 하려고 했다면 시간을 갖고 안을 제대로 만들었을 겁니다. 시간적 조급성을 갖고 만든 것은 면피용이라고 봅니다."

-개헌을 본격 추진하면 권력 누수현상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나는요, 이런 생각을 해요, 육가(陸賈)가 '마상(馬上)에서 권력을 쟁취할 수는 있지만, 마상에서 권력을 행사하지는 마시오'라고 했어요. 문 대통령은 마상에서 권력을 쟁취했잖아요. 그 때 도왔던 측근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너무 중시해요. 마상에서 권력을 잡을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또 권력을 행사할 때 필요한 사람이 있는 거예요. '섞어찌개'를 해야 돼요. 그런데 안 해요. 386, 일부 교수들만 끼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옛날에는 청와대가 비대하지 않았어요. 내가 노동부장관을 할 때만 해도 한 사람의 수석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를 동시에 맡아요. 그냥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하면 부처에서는 그에 맞춰 정책을 세우고 집행했어요. 요새는 정책을 세우는 게 없어요. 다 청와대에서 줘요. '이거 해 저거 해' 그래요. 그런데 요즘은 헷갈리는 게 수석회의가 더 큰 회의인지 국무회의가 더 큰 회의인지 모르겠어요. 대통령들이 청와대를 비대하게 만든 것도 권력 비대화의 상징이라고 봐요.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은 후 국민들이 내각을 어떻게 짤까 궁금했어요. '군인이 정치를 제대로 하겠나' 하는 무시도 있었지요. 그런데 막상 딱 내놓는 걸 보니 자코뱅파, 지롱드파 섞어찌개인 거예요. 다 그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쓴 겁니다. 국민들은 그래서 나폴레옹이 과연 저 사람들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나폴레옹은 능수능란하게 한 겁니다. 그것이 리더의 자신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재의 섞어찌개를 해야 합니다. 인사 풀이 너무 좁아요. 조국사태도 그래서 일어난 겁니다."

-개헌 얘기는 여기서 접고 장관님 개인적 이력을 질문하겠습니다. 유독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고 그 방면 교류도 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 문화적 소양과 높은 안목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저는 그리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 한학을 하신 분인데 원칙이 있었어요. 한 예로, 저는 술을 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술은 교류와 문화의 매개잖아요. 저보고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네가 자주(自酒), 스스로 술을 마시는 것은 금하라고 하셨어요. 타주(他酒), 남이 마시자 해서 하는 수 없이 마시는 술은 절주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자주는 금주하고 타주는 절주하라'고 하는 것이 가풍(웃음)이 되어 내려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고 굳이 얘기한다면,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기회가 많았어요. 대학 들어가서 처음에 고시 공부를 해서 판검사 하겠다고 들어갔는데, 딱 들어가자마자 운동권에 기울어졌어요. 남들 법서 들고 도서관 갈 때, 나는 카뮈나 사르트르 책을 들고 다녔어요. 당시 독서토론 '호박회'라고 있었어요.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데, 당시 엄청나게 문학서적을 읽었지요. 그것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데 큰 도움을 줬어요."

-정치를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치가로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고 다방면에 관심을 갖게 된 밑바탕은 그런 데서 형성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경쟁에만 골몰하진 않았던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거 아세요? 한국오페라단이 우리나라 최고의 오페라단인데, 제가 10년 정도 후원회장을 했습니다. 그 때 어떤 일화가 있었느냐 하면, '춘희'였을 거예요. 춘희 공연을 할 때 이탈리아의 거장이 우리나라에 왔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뒤풀이를 했는데, 단장이 나를 후원회장이라고 소개하니까 그 사람이 '후원회장이면 오페라 한 번 불러보시죠' 그러는 겁니다. 기분이 좋아서 '리골레토'에서 그 유명한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을 불렀어요. 그 거장이 뭐라고 했냐면, '당신 후원회장 자격 있어!'(웃음) 그래서 내가 공인받은 후원회장입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보면 너무 낭만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런 배경 때문인지 명 대변인이란 평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당시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어요. 보통 제일 뒤에 당대표나 총재가 앉고 그 앞에 대변인인 제가 앉아요. 당시 박영숙 여사도 부총재로 뒤에 앉아 있었고요. 뒤에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앞에서 다 들려요. 그런데 뒤에서 무슨 말씀 끝에 '이상수 의원이 참 이상주의자지요?'하며 박영숙 의원이 물으니까 DJ께서 '그래 저 사람 상당히 이상주의자야' 그러시는 거예요. 정치를 하는 사람이 문화예술적 폭이 넓은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요."

-유머와 위트가 없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정치인들이 경직돼서는 안 되고 유연해야 한다고 보는데, 나는 평상시 옳다고 생각하는 말이, 막스 웨버가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한 얘기인데, 정치가는 세 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열정, 책임감, 판단력인데, 판단력은 균형감으로 해석돼서 지금은 정치가의 덕목이 열정, 책임감, 균형감입니다. 열정은 나라나 겨레에 대한 충성을 하는 열정이고 책임감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니까, 잘못됐을 때 깨끗하게 물러나는 자세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균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한쪽에 치우쳐 있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나는 극단주의자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극단주의가 민주주의를 헤치기 때문이에요.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상대방에 대한 관용입니다. 자제와 겸손입니다. 자기 권한이 있지만 100% 행사하지 않고 자제를 하는 겸양이 필요한 겁니다."

-요즘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 할 금언을 주신다면.

"요즘 특히 느끼는 건데, 공자님 말씀에 화이불류(和而不流)라는 말이 있어요. 비슷한 말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있잖아요. 논어의 자로편에 나오는데, 전에는 화목하게 지내지만 절대 함께 흘러가지 말라고 해석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화목하게 지내지만 차이를 갖고 있는 동(同)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즉 화(和)는 약간 차이가 있는 대동(大同)이라고 봅니다. 요새 나는 대동을 중시합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조금만 틀리면 적으로 봅니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같으면 동지로 봐야 합니다.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면서 '대동'하는 것이 균형감이라고 봐요. 그런 사람들이 주도가 돼서 정치가 좀 바로 섰으면 하는 겁니다."

-현역으로 뛰실 생각은 없습니까.

"저는 신체적으로 볼 때 10년 정도는 더 활동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려놔야 합니다.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 합니다.간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주관적 시간이 중요한 겁니다. 자기 시간의 밀도를 자기가 정하는 겁니다. 같은 한 시간도 사용하기 따라서는 두 시간으로 사용하는 사람, 30분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일을 빨리빨리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빨리 가거든요. 더군다나 요새 스피드 하게 시간이 변하니까, 앞으로 10년은 과거의 100년과 같은 거예요."

-도전이 요구될 땐 도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파우스트'입니다.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싸우잖아요. 둘이 내기를 걸지 않습니까. '당신이 멈춰라 하는 순간이면 나는 지는 겁니다. 나는 지금부터 당신을 회춘시켜서 가장 좋은 것을 다 보여주겠지만, 당신이 그 좋은 것을 보다가 멈춰라 하면 당신은 지는 겁니다.' 파우스트가 처음엔 멈추라고 안 해요. 그리스 미의 여신과 결혼해 애까지 낳게 해도 멈추라고 안 해요. 그런데, 나중에 죽을 때에 가서 멈추어라 하는 순간이 있지만요. 파우스트가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냐 하면, 인간은 멈추면 악마한테 진다는 겁니다. 무슨 일을 하다가 멈추면 안 된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해나가는 것이 최고의 인간이라는 겁니다. 파우스트가 하는 말은 그겁니다. 멈춰버리지 말자, 굳어버리지 말자, 만족하지 말자는 겁니다. 가령 김형석 선생 같은 분들이 100세가 넘은 연세에 끊임없이 책을 쓰고 활동하시는데, 그런 것이 인간의 표상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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