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동교섭단체'로 출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제3지대(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 추인을 보류했다.
지난 14일 세 정당이 17일까지 통합을 추인하기로 한 합의를 혼자 막아낸 것이다.
이에 통합파들은 일단 공동교섭단체를 먼저 구성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신당의 창당은 결코 새로운 길이 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구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도개혁 세력이 제3의 길을 굳건히 지켜내 정치구조 개혁과 세대교체에 앞장설 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계를 주축으로 하는 대안신당·평화당과의 합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래 제3지대 통합은 손 대표가 지핀 것이다. 이런 손 대표의 태도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통합 이후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손 대표는 앞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계에 복귀했을 때도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자 안 전 의원과도 갈라서기를 택했다. 손 대표는 통합논의 과정에서도 지도부 퇴진이라는 조건이 걸리자 자신이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과 달리 대안신당·평화당은 이날 최고위에서 통합을 추인했다. 특히 대안신당·평화당은 바른미래당 내 통합파 의원들과 이날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의원총회를 열고 21명이 참여하는 공동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을 발족했다. 원내대표는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장정숙 대안신당 원내대표가 맡았다. 무소속인 이용주 의원도 교섭단체에 합류했다. 이들은 공동교섭단체를 토대로 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선거구 획정 논의에 공동교섭단체로서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손 대표가 끝내 통합 추인을 거부한다면 연쇄 탈당을 해서라도 통합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도 당적을 옮길 수 있도록 의원총회에서 제명 절차를 밟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의원 없이 손 대표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장정숙 대인산당 이날 통합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로 등록해 합당의 불씨를 살리는데 앞장 서겠다"면서 "(손 대표와의 통합논의는)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