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4개분야 빅데이터 분석
K-뷰티 소재 중심 특허 확보
로봇용 감속기 원천기술 강화
'K-뷰티' 열풍을 타고 화장품이 우리나라 '수출 효자상품'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계면활성제 등 화장품 필수 소재 관련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아,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특허 확보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봇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 관련 기술 국산화율도 매우 저조해 향후 특허분쟁 등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7일 특허청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 산업 중 화장품 소재, 로봇용 감속기, 종자산업, 탄소소재 등 4개 분야에 대한 10만 여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화장품 소재의 경우, 지난 20년 간(1999∼2018년) 화장품용 천연·바이오 계면활성제 물질 및 조성물 관련 국내 특허 420건 중 우리나라는 전체의 38%(159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일본(123건), 유럽(77건), 미국(61건) 등의 순이었다.
출원 경향을 보면 우리나라는 주로 식물 추출물 관련 특허가 많은 데 반해, 다른 나라들은 화학물질 관련 특허 출원이 집중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본과 유럽 주요 화장품사는 장기간 동안 천연물부터 물질특허를 만든 후 강력한 특허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한국은 대부분 R&D 과제가 천연 추출물, 기능성 성분 등에 치우쳐 있어 화합물 중심의 물질특허에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화장품 소재 관련 정부 R&D 과제를 기반 소재 중심으로 특허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은 만료특허를 이용한 개량기술 개발과 추출물·조성물의 효능 및 안전성에 기반한 강한 특허 확보 전략이 요구되고, 대기업은 신규소재 발굴 등 물질특허 확보를 통한 강력한 특허망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로봇용 감속기 분야는 지난 20년 간 공개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의 7196건의 특허 중 일본, 한국, 독일, 미국, 대만 등의 순으로 출원량이 많았다. 이 가운데 일본은 전체 출원의 7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특히 일본 기업인 HDS, Nabtesco(나브테스크)의 국내 출원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는 등 국내에서 로봇용 감속기 기술개발 시 특허권 침해와 회피기술, 대체기술 등의 특허전략이 요구된다. 정부 역시 하모닉 감속기와 RV 감속기 관련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조속히 기술 종속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과제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종자산업은 정부 주도의 R&D 전략을 통해 '유전자 편집분야 운반기술'에 대한 선점이 요구되며, 탄소 소재는 에폭시 수지, 폴리카보네이트, 페놀수지 등 시장규모가 큰 탄소 중간·복합재 분야에 대한 IP 선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상곤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과장은 "기술·시장 성숙도와 국내·외 R&D 산업·지식재산 정책 등과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산업별 맞춤형 특허심사가 이뤄지도록 산업·기술별로 세분화한 심사정책을 마련, 지재권 창출과 보호,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은 1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4개 산업 분야에 대한 '산업·특허 동향분석 결과' 발표회를 연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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