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주요국 경제 영향 진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중간재 공급 사슬이 긴밀하게 엮여 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 중간재 공급과 수출량이 줄어들 경우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위협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8일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각국의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중간재 공급 국가 중 미국은 전체의 약 10.7%를 공급받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한국(6.5%), 일본(5.5%), 독일(3.3%), 대만(2.7%), 베트남(2.6%), 인도(2.1%) 순이다. 산업별로는 중국산 1차 금속 중간재 수입국 중 한국(10.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의 전자 부품과 화학 중간재 수출에서 한국 비중은 각각 8.5%, 7.5%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보고서는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중국진출 기업과 국내 수입기업이 1차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한국 수출기업도 현지 경기둔화 등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3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진출 기업과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아세안은 수출 지향적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코로나19로 중국경제가 위축될 경우 대중 교역과 외국인투자 유치 측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해석이다.
보고서는 "아세안은 한국의 2대 수출대상지이며 3대 투자지, 900만 명의 한국인 방문지로서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안 경제의 위축이나 불안은 한국의 교역, 투자, 인적교류 등 대(對)아세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2003년 유행한 사스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위협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사스는 최초 발생 후 10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4개월여가 소요됐지만 코로나19는 17일 현재 최초 발생 후 두 달 만에 28개국 국가에서 71만1318명의 확진 환자, 17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단기간 내 불식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의 분업 구조 자체의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분리를 촉진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과 긴밀한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에서도 가치사슬 구조에 일정 부분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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