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주역들 국내 첫 기자회견
"아직도 꿈만 같아…한국영화 선전 기뻐
스콜세지 감독이 조금만 쉬라고 편지"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기생충' 팀이 금의환향했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취재진 앞에 선 봉준호 감독은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례진, 박명훈, 바른손E&A 곽신애 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등이 참석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기생충' 팀은 들뜬 모습이었다. 봉 감독과 6개월간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한 송강호는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고, 봉준호 감독과 영광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 분들에게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가 아닌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균 역시 "아직도 꿈만 같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송강호는 '기생충' 4관왕 수상 당시 일부러 기쁨을 자제했다고 한다. 그는 "칸 영화제 때 제가 너무 과도하게 기뻐하는 바람에 봉준호 감독의 갈비뼈가 실금이 갔다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얼굴 위주로 자제했다. 자세히 보시면 얼굴 위주로 축하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20년 동안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목도한 게 배우들이 상을 받았을 때 아니었나 싶다. '이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강호는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할리우드보다 국내에서 스케줄이 있었으면 좋겠다. 13개월째 아무런 일이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박명훈은 "화보나 여러 가지 일들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할리우드 진출도 조용히 추진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선균과 이정은은 시상식 이후 영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며 공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생충'의 흥행 비결에 대해선 이정은이 팀을 대표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칸에 여러 편의 영화들이 나왔지만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현시대를 짚는 영화들이 많지 않더라.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이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생충은) 동시대적인 문제를 심도 있고 재밌게 표현했다. 선과 악은 없지만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는 게 우리들의 인간군상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또 "지난 8월부터 오스카 캠페인을 하면서 봉준호 감독이 경쟁적인 환경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기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낸 봉준호 감독은 새로운 두 편의 작품을 계획 중이다. "평소 하던 대로 차기작을 준비하겠다"는 봉 감독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두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다. '기생충' 역시 평상심을 유지하며 촬영했듯, 차기작 역시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쉴 틈 없이 일하는 봉 감독에 취재진이 우려를 표하자, 그는 "이미 영화 '옥자' 끝났을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이 찍고 싶어 작품을 진행했고, 오스카 캠페인도 진행했다. 쉬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조금만 쉬라고 하셨다"며 웃어 보였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나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에 씁쓸함이 있지만, 그 부분을 1cm라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달콤한 장식을 겉에 입혀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면서 "빨리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게 영화 산업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봉 감독은 "화려한 수상 기록보다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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