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합은 먹튀 노린 투기세력"
"실패한 경영자 조원태 물러나야"
주주연합 한진칼 지분 추가 확보
내달 의결권 행사엔 영향 없을 듯
한진그룹이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반(反) 조원태 연합을 '투기 세력'으로 단정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실패한 경영자'라고 주장한 강성부 KCGI 대표의 비난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반 조원태 연합은 한진그룹 지분을 추가로 늘리며 조 회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한진그룹은 20일 입장자료를 내고 "조현아 주주연합의 이번 기자간담회는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반 조원태 연합의 강성부 대표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모든 경영에서 물러나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며 "한 명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 회장 체제 이후 2014년부터 작년까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누적적자가 1조7414억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진그룹은 또 강 대표의 이날 기자간담회를 "현 경영진에 인신공격적 비난 일색인 새로울 것 없는 반쪽짜리 기자간담회"라고도 반박했다. 이는 강 대표가 조 회장에 대해 '실패한 경영자'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교 꼴찌 하던 친구가 전교 1등 하겠다고 하면 아빠 입장에서 믿을 수 있나. 믿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특히 한진그룹은 연합을 '투기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의 근본적 목표는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 세력일 뿐이며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차익을 남기고 '먹튀'를 한다면 결국 피해는 기업, 기업 구성원, 개인투자자 등 소액주주가 될 것이 뻔하다는 게 한진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미 많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자본들이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권리를 내세웠지만, 결국 막대한 차익만 챙기고 나갔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앞서 강 대표는 "주요 펀드의 만기가 10년, 14년 이렇게 길게 돼 있는 펀드가 없다"며 "기업 가치가 올라간 만큼 정당한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라며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여러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 측이 주장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배제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연합 측은 '이사의 자격 조항 신설'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회사·계열사 관련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나 '법령상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사회 이사로 선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강 대표 역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해당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관세법,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되고 이혼소송도 진행 중이다. 연합 측이 제안한 배임·횡령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위한 꼼수라고 한진그룹 측은 해석했다.
한편 KCGI 등 주주연합은 이날 한진칼 지분 5.02%를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말 주주연합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선언한 후 밝힌 지분 32.06%에서 추가 지분 확보로, 37.08%까지 늘었다. 다만 주주연합이 추가 확보한 지분은 3월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예정이다. 작년 12월 26일을 기점으로 주주명부가 폐쇄, 그 당시 지분을 기준으로 의결권 경쟁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연합 측의 우호지분 간 지분율 차이는 1%p(포인트)대에 불과하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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