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식물성 '미라클 버거'
조리과정서 타재료 섞일 가능성
'엄격한 채식주의자' 먹기 어려워
"다양한 시도한 점 더 주목해야"
롯데GRS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최근 유통업계의 톱 트렌드 중 하나는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달걀, 동물성 지방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을 말한다.
20일 한국 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15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비건 인구는 3분의 1인 50만명 선이다.
최근에는 육식이 몸에 맞지 않거나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착한 소비'를 위해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지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
이에 식품 기업들도 늘어나는 비건 인구를 겨냥한 '채식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을 망치는 주범'의 대표 주자인 패스트푸드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리아는 지난 13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의 식물성 버거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콩 패티를 이용한 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소스나 빵 등에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을 받고 이번에는 소스에도 계란 대신 대두를 사용했고 번(빵)에도 우유를 넣지 않았다. 이에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미라클 버거에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엄격한 채식을 강조하는 비건의 경우 롯데리아의 미라클 버거를 마음 놓고 먹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라클 버거에 사용되는 재료에는 동물성 원재료가 들어있지 않지만 다른 버거류를 제조하는 곳에서 함께 제조되는 만큼 조리 과정에서의 혼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건 인증을 획득한 제품들은 교차오염과 혼입방지 등에 대한 실사를 통과해야 한다.
롯데리아 역시 이를 인지해 미라클 버거에 '비건'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대체 햄버거'라는 표현을 쓴다. 주문 시에도 주의 문구에 '조리시 교차 혼입의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한다. 제품 홍보에도 채식주의자를 타깃으로 했다기보다는 윤리적 소비와 환경 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외식업계에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반영했다"며 "환경과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다양한 식물성 대체 햄버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식주의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미라클 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높은 편이다. 혼입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를 사전에 알리고 있는 만큼 비건보다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너무 엄격한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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