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칼럼] 코로나 대책, 할 수 있는 건 다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2102152269061002[1].jpg?var=0048 "[권혁세 칼럼] 코로나 대책, 할 수 있는 건 다하라")
'중국몽'을 주장하며 세계 최강국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까지 선포하며 총력 대응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초래한데는 봉쇄와 통제를 앞세운 중국 당국의 권위주의적인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일례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처음 경고한 의사 리원량은 괴담 유포죄로 처벌 당했고 봉쇄된 우한시에 들어가 현지 실상을 고발한 시민 기자와 중국의 방역 대책을 비판한 교수는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춘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전격 단행한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조치도 과연 적합했는지 의문이다. 중국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고 전세계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하지만 인구 1,100만명에 달하는 거대 도시 봉쇄는 인명을 중시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극단적 조치로 보인다.
과거 의료기반이 취약해 역병에 걸리면 치사율이 100%에 육박하는 중세시대와 달리 의료기술이 발달되고 치사율이 낮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국민에게 감염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고 예방 수칙을 잘 지키도록 협조를 유도했다면 봉쇄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후베이성과 우한시 책임자가 교체된 이후에도 주민에 대한 단속과 봉쇄 조치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아 중국 정부의 대응 방향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음식점, 주점, 전통시장은 물론 백화점 등 다수가 모이는 곳은 매출이 급감하고 기업마다 각종 출장과 모임을 취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성장은 마이너스까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과 총리가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과도한 불안심리로 인한 경제 위축을 막아보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1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체류하고 이중 70%에 달하는 조선족 동포는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번 춘절을 계기로 중국 본토와 왕래가 급증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7만여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 관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입국한 2만여명 유학생과 향후 유입될 5만여명의 유학생에 대한 대학 중심의 자율 격리, 감시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고 대책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 정부는 아직 중국 본토 전체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입국을 제한한 후베이성을 제외한 여타 중국지역 감염자 수가 만명을 훌쩍 넘어 계속 증가 추세이고 최근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확산시킨 슈퍼 확산자 중 후베이성을 다녀오지 않은 중국인도 다수 있는 만큼, 다른 나라처럼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면 입국 제한이 불가피하게 어렵다면 국내 입국 중국인에 대한 방역 감시 체제를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강대국인 중국이나 일본에서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첫째, 대책마련시 국민의 안전을 다른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했는지, 둘째, 의료·보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했는지, 셋째, 통제와 봉쇄보다 국민과 정보 공유를 통해 참여와 협조를 유도했는지 의문이다. 전염병 대책과 같이 국민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가 되듯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역사회까지 전파되는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며 민관 협의체를 즉각 구성하고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는 등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방역 대책을 추진해줄 것을 건의했다. 정부 당국은 겸허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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