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주의 여신 22.3% 증가
1년새 잠재부실 8000억원 늘어
증가율 47% 달해 前행장과 대조
경기 악화땐 대규모 부실 초래
기업은행의 잠재부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사이 중소기업 대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요주의 거래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경기 악화시 대규모 부실 발생이 우려된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2019년 12월말 기준 요주의 여신은 3조7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여신은 219조9939억원, 정상 여신은 213조4187억원으로 각각 6.7%, 6.5% 증가했다. 총여신에서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1.71%로 2012년(1.82%) 이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주의' 여신이란 채권회수에 즉각적인 위험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채무상환 능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실화요인이 존재하는 대출자산을 말한다.
기업은행과 달리 주요 시중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대부분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1조700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 감소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요주의 여신도 1조5780억원, 9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17.7% 줄었다.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요주의 여신이 1조2492억원으로 소폭(0.3%) 증가했을 뿐이다.
기업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2월 말까지 약 3조원 수준이던 요주의 여신은 지난해 6월 말 3조 7290억원으로 불어났고 9월 말에는 3조7855억원으로 눈에 띄게 불어났다. 1년도 안돼 잠재 부실이 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요주의 여신이 늘어난 시기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이 2018년 말 약 151조원에서 작년 9월말 약 161조원으로 10조원이나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김도진 행장 시절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약 29조원 증가했다. 전임 권선주 행장(2014~2016)이나 조준희 행장(2011~2013) 시절의 증가액이 각각 25조원, 15조원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또 김도진 행장 재임 기간 중 요주의 여신 증가율은 47.6%에 달한다. 권선주 행장 시절의 요주의 여신 증가율이 7.1%에 그치고, 조준희 행장 시절 요주의 여신이 9.2% 감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주의 여신은 잠재 부실 여신이라서 향후 경기 악화시에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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