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중국의 비극과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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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중국의 비극과 표현의 자유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0-02-24 20:11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그렇다. 작금의 상황은 한 편의 재난영화 같다. 치사율 100%로 설정된 영화 '연가시'를 비롯 좀비 블록버스터인 '부산행'의 오싹한 공포가 아른거린다고나 할까.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환경은 중국 우한(武漢)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국민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바로 프리미엄 영화채널인 HBO 드라마 '체르노빌'(2019)이다. 이 드라마는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실화를 다뤘다. 방사능이 노출된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사실적 묘사와 잿빛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드라마는 밤하늘로 솟구치는 기이한 빛기둥으로 시작한다. 멀리 검은 숲 너머, 원자력발전소 핵반응로에서 굉음과 함께 빛기둥이 갑자기 환하게 솟아오른다. 주민들은 발전소에 화재가 났다는 것만 알뿐 그 화재가 어떤 화재인지 설명을 듣지도 대피 명령을 받지도 못한다. 발전소의 최고 책임자는 폭발을 감추고 국가 수뇌부도 폭발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해한다. 결국 병사들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호복을 입고 사고현장에 투입된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인기가 심상치 않나 보다. 사건 초기 상황을 은폐·축소하고 체르노빌 일대를 봉쇄해 수많은 주민을 위기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간부들의 모습은 지금 중국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 어리석은 인간의 실수와 사회주의 관료시스템이 불러온 참극이 중국의 현실과 무서울 정도로 유사하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30일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처음으로 경고하고도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에 불려가 처벌 받았다. 불행하게도 그는 이달 초 코로나19에 감염돼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리원량은 시시각각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앞두고 이렇게 마지막 글을 남겼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그때 모두가 이 사실을 중시했다면 오늘의 전염병 폭발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데엔 중국 당국의 철저한 '입막음'에 있었다. '진실'을 가리면 문제 없을 거라 판단했다. 투명한 공개와 소통 대신 통제와 봉쇄를 택했다. 리원량의 허망한 죽음 이후에도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입단속은 계속 됐다. 칭화대 법대 교수 쉬장룬은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중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쉬 교수 뿐만이 아니다. 우한에 들어가 현지 실태를 고발한 시민기자도, 사태의 책임은 시진핑 국가주석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교수도 행방불명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를 은폐하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해보는 이유다.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자신의 생각, 의견, 주장 따위를 아무런 억압 없이 외부에 나타낼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언론·출판·통신 따위의 자유가 이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 계몽 사상가 볼테르(1694~1778)의 널리 알려진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보다 명징하게 말해 준 이도 없는 것 같다.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해온 시진핑 주석이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우한 지역 일가족 4명이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진 사건은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분노한 민중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 말할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모두 연결하는 넓은 권리다. 중국에게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기대한다는 건 어려울 것이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 미드 '체르노빌'의 첫 대사가 그래서 씁쓸하기만 하다. 중국의 쓰라린 비극을 들춰내는 듯 해서다.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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