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문의하자 동네병원 난색
질본은 "의사판단시 선별진료"
의심환자 오갈데 없어 패닉
사진=김동준 기자
"저희 쪽에서 진료 보기가 애매하네요. 가까운 보건소로 문의하세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최근 발열, 인후통, 근육통 증상으로 가까운 동네 병원을 찾으려 했지만, 여러 곳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방문 여부 등 조건에 맞지 않으면 선별 진료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 입장에선 오갈 곳이 없어진 셈이다. 일선 병원의 '진료 거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디지털타임스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선별 진료소를 이용하려면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녀온 자(者) △대구 거주자·방문자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친 자 △신천지 종교와 관련이 있는 자여야만 한다. 즉, 발열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앓아 코로나19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감염 여부를 바로 검사받을 수 없는 것이다. 질본 콜센터는 "일반 병원의 진료 이후, 담당 의사가 의심된다고 하는 경우만 선별진료소로 이관한다"고 안내했다.
문제는 1차 진료기관에 해당하는 동네병원에선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확인한 서울 내 내과·가정의학과 5곳 가운데 1곳에서만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나머지 4곳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으로 인해 사실상 진료를 거부했다. 광진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집에 체온계가 없느냐", "열은 몇 도냐" 등을 물은 뒤 "가까운 보건소로 연락을 해보라"고 답했다. 동대문구의 한 병원도 "병원에 신장투석실이 있다 보니, 발열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병원장과 이야기한 뒤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현행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병원의 진료 거부가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확진 판정을 못 받는 환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69명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총 1146명"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11명이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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